조현병 딸 살해한 모친 사건...신경정신의학회 “사회적 책임 함께 고민해야"
조현병 딸 살해한 모친 사건...신경정신의학회 “사회적 책임 함께 고민해야"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0.11.10 19: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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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와 가족의 심리적 재활도 관심 기울여야”

조현병을 수십년 째 앓아온 딸(30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머니(60대)에게 법원이 지난 9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학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마치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 가족 모두가 피해자”라며 “전국의 많은 정신질환 환우와 가족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어머니 A씨는 딸이 중학생이던 1997년부터 딸의 조현병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A씨는 딸을 돌보기 위해 20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돌봤지만 딸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길어진 간병에 지친 A씨는 지난 5월 딸을 살해했다.

의학회는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많은 장애인 부모들이 눈물 어린 바람을 말한다”며 “부모 아니면 돌볼 사람이 없는 현실에 대한 사무치는 걱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번쯤 고민해볼 것은 피붙이 간에 고귀한 생명존중 원칙을 거스를 정도로 힘든 현실”이라며 “개인의 책임으로 국한시키기보다는 사회의 책임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신질환을 앓는 환우를 돌보는 것이 온전히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사회 공통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신질환이나 정신 및 뇌기능 관련돼 오랜 기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도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치매의 경우 가족 부담을 덜 수 있게 국가책임제를 시작하면서 장기노인요양제도 등의 제도로 가족들이 도움을 받고 있지만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국가 보호의 바깥에 있다는 지적이다.

의학회는 그러면서 “준비되지 않은 탈원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환우와 가족이 없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며 “정신병동에서 환자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말살하는 이미지보다는 따뜻한 상담실에서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낫다”고 전했다.

이어 “급성기의 전문적 치료, 만성기의 상황에 맞는 돌봄, 모두 인권 등의 이유를 들어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삶의 질을 높이고 질환에 대해 환우와 가족 모두가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방안을 사회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인권 존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우와 가족들의 심리적 재활 또한 사회적으로 관심가져야 할 부분”이라며 “환우와 가족들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탈진에 대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법적·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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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1-11 01:00:02
정신질환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정신장애인의 생존권과 생명권을 우선적으로 논의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