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회복은 취업...‘먼저 일자리 배치하고 후에 지원하는 제도’ 갖춰야"
“정신장애인 회복은 취업...‘먼저 일자리 배치하고 후에 지원하는 제도’ 갖춰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1.15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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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75%가 25세 이전에 발병...장애등록은 국가가 차단해
정신질환 만성화돼서야 장애등록 가능...독립할 기회 놓쳐
신체장애보다 정신장애 영역에 들어오는 국가 비용 열악
초발 정신질환에 초기 집중적 정신사회치료 받아야 예후 좋아져
환자·의사 신뢰관계 높이기 위해 현행 수가 제도 개선해야
국가가 응급병상 확보하고 위기쉼터 등 보완책 만들어야
정신재활시설 이용에 당사자가 선택권 가져야 서비스 향상돼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위해서는 국가가 취업 지원고용을 확대해야 하며 특히 교육 후에 취업을 알선하는 것보다 훈련되지 않아도 바로 일자리로 배치하는 ‘선 배치 후 지원’이 효과적 치료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현재 5분이면 끝나는 정신건강 상담을 넘어서 충분한 경청과 상호신뢰를 위해서는 국가가 정신보건 영역에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3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정신건강·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100분 토론-정신질환, 무엇이 치료를 어렵게 하는가’ 토론회에서 김성완 광주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좋은 치료 환경을 만드는 본질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신체장애에 들어가는 의료비·복지비에 비해 정신장애에 들어오는 비용은 열악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광주시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과 전문의가 50여 명이 순번대로 찾아와 무료로 주민들의 심리상담을 하는 마음건강주치의 제도가 있다. 광주시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예약 시 한 명에게 1시간의 상담 시간을 부여한다. 만족도는 90% 이상이었다.

김 단장은 “그러나 그 상담한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에 가서 똑같이 상담받고 나올 때 90% 이상이 불만족이라고 할 것”이라며 “1분 보고 약 처방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 정신장애인의 장애등록의 어려움도 지적됐다.

김 단장은 “20대 조현병 환우들은 장애인 의무고용이 있어 장애등록을 희망하지만 절반 이상은 반려된다”며 “증세가 더 안 좋아지기를 기다렸다가 악화되면 그제서야 등록을 해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 제도의 목적이 장애 당사자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목적이라면 장애 발병 초기 때 사회제도 등을 활용해서 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현재 중한 질병으로 규정된 조현병이 경한 장애에 포함돼 직업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초기 정신증의 미치료기간(DUP)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DUP는 망상·환청 등 증상이 생기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약물치료를 받는 시점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통상 DUP 기간이 길어지면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게 연구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

김 단장은 “미국의 경우도 치료기관이 길어서 망상·환청 생기고 약물치료까지 74주가 평균값”이라며 “평균값 이하의 군에서는 집중적 정신사회치료를 받았을 때 현저하게 정신병이 개선됐지만 평균값을 넘어가는 대상자들은 집중적 개입을 해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초발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 지역사회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또 “국제적 재활 치료의 방향성은 정신장애인의 일자리를 선 배치 후 지원으로 가고 있다”며 “센터나 병원에서 보면 이 사람이 일할 수 있을까 하지만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견디고 버티면 굉장히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 취업 연계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이 하도록 권한을 준다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장애 등록 안 된 중증정신질환으로 의료기관 치료를 받는 이들에게 취업 기회를 먼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중증정신질환자의 75%가 25세 이전에 발병한다”며 “15개 장애 영역 중 정신장애를 보면 17세 이하는 한 명도 장애등록이 안 돼 있다. 초발 정신질환이 생기는 시기에 장애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현행 수가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퇴원 1개월 후 재입원하는 비율이 30%나 되는 잘못된 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병원 치료의 첫 경험에서도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비율이 높다”고 전했다.

또 “회원들이 병원에 보통 월 1회 정도 가는데 그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의가 돼야 한다”며 “병원 입원 때부터 퇴원 계획을 해야 퇴원 이후 가족이 다 책임을 지거나 퇴원 후 고독감을 느끼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관장에 따르면 정신재활시설은 전국에 340여 개소가 있다. 이용자는 6800여 명이다. 인구 10만 명으로 계산하면 13명이 이용하는 구조다. 이는 중증정신질환자 추계를 계산하면 0.6%~1.6%가 이용하는 셈이다.

문 관장은 “단순히 정신재활시설이 몇 개소냐가 아니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추계해서 지역사회 동료지원 서비스 등 목표를 갖고 계획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 정신질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첫째, 환영받는 것, 둘째, 약물과 치료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 셋째,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나를 지원해주는 사람과 거주 공간, 신체적 건강과 법률적 지원, 의료접근성 보장”이라며 “이것이 갖춰졌을 때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며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고립된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은 응급의료의 공백과 관련해 “민간병원에서 그동안 응급입원을 수용했는데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입원 채널이 막혔다”며 “민간의 역할이 축소돼서 위기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민간이 공공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했다면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응급병상을 확보하고 위기 상황의 환자를 돕는 서비스를 연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위기 쉼터 등 보완책들이 균형을 맞추면 당사자들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며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훨씬 더 서비스 제공자들이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은 “지역사회에서 당사자가 독특한 심리 반응이 일어나면 쉼터 같은 공간에서 보름 정도 쉬면 굳이 병원 안 가고도 지역사회로 바로 나올 수 있다”며 “쉼터는 의사집단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당사자 단체나 사회복지 집단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재활시설 확충과 관련해 “시설을 확충한다고 당사자가 행복해질까”라며 “지금의 재활시설들은 짜여진 프로그램 안에서 당사자를 끼워맞추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당사자에게 재활시설이 필요없다는 게 아니라 당사자에게 다양하게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선택지를 다양하게 주면 질적으로 향상된 서비스가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성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수석부회장은 “저희 아들이 17년 동안 조현병을 앓고 있는데 저부터도 병원에 가기까지 2년이 걸렸다”며 “(정신장애를)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 병원들은 상담 시간이 5분이면 끝난다”며 “의사들이 당사자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호해주고 아픈 부분을 어루만져 준다면 치료의 접근성이 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정신응급환자를 경찰차에 태우고 입원시키려 해도 병실이 없다고 거부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5분 대기조가 있어서 24시간 응급체계가 갖춰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야간이나 휴일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정부는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며 “의사들도 당사자들을 친절한 마음으로 진료하고 약물 투여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 주면 당사자들이 약물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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