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팬데믹이 가져온 고립, 불안, 그리고 우울
[뉴욕타임스] 팬데믹이 가져온 고립, 불안, 그리고 우울
  • 박주형 기자
  • 승인 2020.07.24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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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우울' 저자 앤드류 솔로몬 NYT에 기고

‘한낮의 우울’ 저자로 유명한 앤드류 솔로몬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뉴 노멀의 시대적 변화와 우울을 담은 글을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그는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의학임상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내용을 번역해 싣는다.

나는 오늘날까지 30년 가까이 우울, 불안과 싸워왔다. 하지만 혼자 비밀스럽게 숨겨둔 사실은 아니기에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비슷한 고통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정신질환 증상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카이저 가족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KFF)의 연구에 따르면 설문조사 참여자의 약 절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지인들도 깊은 슬픔, 공포, 절망,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가져오는 직접적인 1차적 위기뿐만이 아닌, 2차적 위기에도 집중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미래에 점차 줄어들지라도 사람들의 단기적, 장기적 정신적 피해는 계속 급증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정신질환 관련 대책들은 매우 피상적이다. 뉴욕의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는 8천 명이 넘는 정신건강 서비스 종사자들을 모집해 위기의 뉴욕 시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게 했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대처는 안타깝게도 극히 드문 예외이다.

중국 정부는 자가 격리 1단계에서 심리학자들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우한(武漢)으로 보냈다. 미국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보다 압도적으로 중요시되는 현상은 오늘날 사회가 심리적 안정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의료보험 회사들은 정신질환 치료를 보장해 주지 않으며 기분장애 치료를 받는 행위는 사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체적 위기와 정신적 위기를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고 정신건강도 인지하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회적 고립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맞먹도록 정신질환을 뚜렷이 증가시킨다. 미 심리학자 줄리안 홀트-룬스타드 브리검영대학교 교수는 “사회적 고립이 비만보다 두 배 이상 신체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감옥 내 독방 감금은 공황장애와 환각 증세 등의 정신질환 증상들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적 고립은 질병 감염을 막으려는 의도와는 역설적으로 오히려 감염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로운 사람의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이겨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을 우울과 불안, 심지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들로 몰아가고 있다. 직접 병에 걸리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한 치사율이 증폭된 셈이다.

고립된 외로운 사람들은 ‘신체적 접촉의 결핍’이 생기며 이 현상은 여러 문제들을 초래한다. 마이애미 밀러 의대가 설립한 터치연구소(Touch Research Institute)의 티파니 필드 박사는 신체적 접촉의 결핍은 우울증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접촉은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키며 면역 체계를 방해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춘다. 우리는 사람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신체적 접촉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아예 모든 신체적 접촉을 중단하는 방안도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

사람들이 신체적 접촉의 결핍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면 효과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어쩌면 매우 간단하고 경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에 감염된 환자들 대부분에게는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지나가지만, 고령자들과 건강의 이미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보고한다. 하지만 이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 고립, 절망이 우울증을 발병시키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사람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치료와 신체적 접촉이 사치처럼 느껴지게 할 수는 없다. 많은 이들에게는 심리적 어려움이 가득한 마음을 살균하는 과정이 매일 클로록스(Clorox) 티슈와 마스크를 사용하는 생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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