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자립 주택사업 지원해 주세요”
“대통령님,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자립 주택사업 지원해 주세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6.19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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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광주 발달장애인 부모 일동 청원
코로나19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완전 폐쇄…고립돼 있어
“발달장애인 주거체험센터와 평생교육지원체계 마련해 달라”

 

성인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 시간을 충분하게 제공하고 장애인가족지원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게재됐다.

전남 광주의 발달장애인 부모 일동으로 신분을 밝힌 청원인은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달라며 ‘발달장애인 청년과 그 엄마의 죽음에 대해 대통령님 응답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앞서 지난 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이목동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A(59·여)와 아들 B(24)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A씨는 몇 년 전 이혼한 후 발달장애인 B씨와 함께 생활해 왔는데 지난해까지 주간보호센터에 B씨를 맡겨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2월부터 광주 지역 복지시설이 일관 폐쇄돼 집에서 아들을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청년이 된 아들을 가정에서 돌보는 데 한계를 느끼고 2월 정신병원에 3개월 입원시켰다. 하지만 아들이 병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무게가 10㎏ 이상 줄자 죄책감을 느껴 5월 25일 아들을 퇴원시켰다. 이후 아들을 돌봐줄 복지시설을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고 “성인이 되는 아들을 집에서 돌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이 소식을 듣고 울고 또 울었다. 세상 어느 미친 부모가 제 새끼 숨을 끊고자 하느냐고. 그게 정상적인 사람이냐고 하지만 그 미친 상상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희”라며 “이런 현실이 너무나 두렵기만 하다. 이런 저희를 이해할 수 있는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장애인 시설도 아닌 노숙자 수용시설에서 노예처럼 학대당하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내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사회의 울타리에서 내쳐져 거리에서 방황해야 하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어째야 하는가”라고 전했다.

또 “졸업 이후 갈 곳이 없어 변변한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그나마 유지되고 있든 보호 시스템 속에서도 중증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다”며 “이 땅 어느 한 켠에서 희망 없는 돌봄을 이어가다 또 다시 자녀와 본인을 살해하지 않도록 하는 마음에 이렇게 부탁의 글을 쓴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우리 자녀들이 동네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마련해주셨으면 하는 것”이라며 “저희가 지금보다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조금만 도와주길 바랄 뿐”이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점점 늙어가고 있다”며 “그에 비례해 우리 아이들은 점점 힘이 세지고 좁은 집안의 세상은 답답하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심정을 토했다.

청원인은 이어 자신들의 소망이라며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위해 다시 주간활동 1대1 지원을 부활시켜 달라”며 “하루의 낮 시간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고 일상적 발달장애인 가정의 육체적 정서적 쉼을 위한 지역별 발달장애인 주거체험센터를 설립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가족을 위한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를 만들어 달라”며 “졸업 이후 교육의 기회가 단절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체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 청원글은 19일 현재 1만4천여 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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