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안 이유로 정신병원 증설 불허는 위법
주민 불안 이유로 정신병원 증설 불허는 위법
  • 김혜린 기자
  • 승인 2019.01.31 21: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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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막연한 우려보다 공공복리가 우선”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 증설을 불허한 보건소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신과 의사 A씨는 지난 2015년 B씨로부터 정신병원 건물을 사들였다. 2012년 개설된 이 병원은 당시 4층, 5층은 공실로 두고 2층과 3층만 병원으로 운영해 왔다. A씨는 공실이던 4층과 5층에 시설과 병상을 추가해 의료기관을 증설하고 2016년 8월경 지역 보건소장에게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했다.

보건소의 보완 요구에 따라 A씨는 건물 구조나 지역주민 안전대책 등과 관련한 조치들을 취한 조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주민간담회도 가졌다. 하지만 보건소장은 A씨의 변경신청을 불허했다.

보건소는 “2012년 개설 당시 보건소·주민·병원 측 합의에 따라 증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며 “퇴원 환자가 병원 주변에서 노숙, 폐쇄병동 환자의 야간 무단이탈 등 주민 불안 요소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A씨는 보건소의 불허가처분이 부당하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기관 개설허가 처분 당시 병상을 증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건이 부과된 사실이 없고 B씨가 약정을 했더라도 본인은 그러한 사정을 모른다”고 밝혔다.

주민들 불안 요소와 관련해 A씨는 “그동안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관련해 아무런 형사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병상 증설로 환자와 직원들의 환경이 개선됐다”며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아닌 격리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의료기관이 혐오·유해시설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중증 정신질환자가 증가할 것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며 “중증 정신질환자 보호·이탈 방지 등 불안 요소를 불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A씨는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나 병원 증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는 병원 증설이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의료법령에도 보건소가 처분사유로 제시한 ‘주민불안요소 증가’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 사항의 변경허가를 불허하는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시설 보안을 강화하고 근무 인력을 확충했으며 환자 보호 및 무단이탈 방지를 위한 방안을 수립했다”며 “4층 일부만 추가 병상이 추가되고 나머지 공간은 환자 치료와 직원들 복지 시설에 확충됨에 따라 환자들에 대한 효율적 치료 및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에 A씨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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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2-04 15:44:49
국공립병원이 많아져야 하고 봉직의 월급받는 공무원 의사가 많아야 환자에게 충실할 수 있다. 사립병원도 되도록 헌신과 사명감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