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거나 들뜨거나”…조울증 환자 70대·20대에서 가파르게 증가
“우울하거나 들뜨거나”…조울증 환자 70대·20대에서 가파르게 증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3.14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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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조울증 환자 21% 증가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 70대가 305명으로 가장 많아
국내 유병률 전체 국민의 4.3%…진료는 0.2%에 불과
노년기 사별 경험·신체질병으로 스트레스 높아져 발병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치료도 병행해야 효과

최근 5년간 조울증(양극성정동장애·F31) 유병률이 70대와 20대에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기분·생각·행동에 극단적 변화가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3~2017년간 조울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진료 인원은 5년간 21.0% 증가했다. 이중 70대 이상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2.2%로 가장 높았다.

조울증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진료 인원은 꾸준히 증가해 2013년 7만1687명에서 2017년 8만6706명으로 연평균 4.9% 증가했다.

성별로 본 진료실 인원은 동기간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많았다. 남성은 2013년 2만9576명에서 2017년 3만5908명으로 연평균 5.0% 증가했고 여성은 2013년 4만2111명에서 2017년 5만798명으로 연평균 4.8% 증가했다.

5년간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을 비교하면 70대 이상이 12.2%로 전체 증가율인 4.9%를 크게 웃돌았다. 20대도 8.3%로 뒤를 이었으며 이어 60대 7.2% 순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은 2017년 기준 70대 이상 환자가 305명으로 전체 평균 170명보다 1.8배 많았다. 이어 20대 209명, 30대 195명, 40대 182명, 50대 169명 순이었다.

또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의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은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최근 5년간 남자는 20대 환자가 8.5%로 20대 여성의 6.5%보다 높았다. 여성의 경우 70대 이상이 9.2%로 70대 남성 5.2%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조울증 진료비의 경우 2013년 872억 원에서 2017년 1042억 원으로 170억 원(19.5%) 증가했다. 입원 1인당 진료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4.6% 증가했고 약국 1인당 진료비는 2.4% 감소했다.

조울증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2~3%다. 국내에서 2011년 행해진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유병률은 4.3%로 나타났다. 조울증 진료 인원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따지면 0.2% 불과하다.

일산병원 신경과 이정석 교수는 “실제로 병이 걸린 사람이 증가했다기보다는 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 진료를 받는 인원이 증가한 것”이라며 “역학연구 결과를 고려해보면 아직도 조울증 환자 중 대다수가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의 유병률이 더 높은 이유에 대해 “임신·출산과 그로 인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울증 환자의 경우 여러 만성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일반 인구에 비해 기대수명이 10~20명 짧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하지만 최근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들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노년기에는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기 때문에 조울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젊었을 때 조울증이 발생해 노인기에 접어든 환자들과 노년기에 새로 조울증이 발생한 환자들이 합쳐져 70대 이상에서 진료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대의 조울증 유병률이 높은 것과 관련해 “20대는 학업과 취업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2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20대에 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70대 이상에서는 조울증 유병률이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이유는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남편의 사별 등 상실을 경험하고 이러한 스트레스가 조울증 발병과 연관된다. 20대의 경우 남성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이 교수는 “남성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생물학적 취약성이 더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조울증 진단을 위한 특별한 검사는 없다. 모든 진단은 환자의 임상 증상과 심층면담을 통해 평가한 뒤 이뤄진다. 조울증이 의심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담이 필요한 이유다.

증상이 안정화됐다고 해도 조울증은 자주 재발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증상을 악화시키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사회적 갈등을 위해 정신치료도 함께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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