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해자 가족의 정신건강 어디가서 보상받나?
살인 피해자 가족의 정신건강 어디가서 보상받나?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0.26 2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겨진 가족들 심한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심해
그들 위한 종합적인 법제도 정비 절실

살인범의 심신미약, 그들의 계속되는 형감량 요구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30대 남성은 딸의 친구를 성폭행하고 살해하여 시신을 유기했다. 피의자는 재판 과정에서 정신장애 3급, 지체장애 3급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인면수심은 죄악에서 비롯된 죄상임이 드러나 실형판결을 받은 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10대 김모 양은 초등학생을 계획적으로 유괴하고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녀 또한 범행 당시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는등 죄질이 나빠 청소년 범죄상 최고형 20년형이 확정됐다.

최근 피의자 김모 씨는 강서구소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했다. 가족이 범행 당시 우울증을 앓았다며 감형을 주장한 것에 대해 국민적 공분을 사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의 두 살인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법원은 심신미약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는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 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

살인 피해자들은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고 있다. 어제까지는 가족이었고 친구, 이웃이었으나 지금은 하루살이처럼 사라지고 없다. 이들이 뭘 잘못했길래 죽어야만 했을까? 이유는 없다. 평범한 사람으로, 직장인으로, 시민으로 살다 갑자기 죽음을 당한 것이다.

살인자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먼지 같은 푸념뿐 죽은 이들만 억울하다. 가족들은 항상 그들과 함께 생활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들에게서 존재의 부재에 대한 우울감을 느낀다.

“어제까지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없는 것입니다. 아침 식사자리에 항상 같이 모여 있었던 그의 빈 자리가 자꾸 가슴에 메여오고 지금도 이름 부르면 ‘예’하며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죠? 도저히 현실이 부정돼 그의 빈 자리를 쳐다보지 못하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살인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조성모(47) 씨의 한탄이다. 그는 오늘도 경찰 관계자를 만나 살인범에 대하 처벌 수위를 놓고 의논할 예정이다.

살인 피해자 가족들은 죄책감 또한 심하게 느낀다. 범죄를 예측하거나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심하게 질책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지나친 죄책감은 자살사고 더 나아가 자살시도로 이어진다.

하루하루가 고통받는 가시밭길이다. 사랑하는 딸을, 사랑하는 아들을 30분만 늦게 붙들어 두었으면 그러한 사고를 만나지 않을 것인데라며 긴 한숨을 쉬는 그들이 살인 피해자 가족들이다.

어느 피해자 어머니는 요즘 매일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사고 나기 하루 전의 행복했던 일상생활들. 그녀는 꿈에서 딸에게 매일 울면서 사과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며 이제는 어머니를 데려가 달라며 하소연을 한다고 한다. 가슴아픈 막막한 사연이다.

유가족들은 조사 과정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유해를 보게 된다. 또한 고인의 마지막 장면을 사진이나 CCTV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을 접하게 된다. 살인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면 TV, 신문, SNS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다수의 살인 피해자 가족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다. 또한 이 고통이 심해 식음을 전폐하고 불면증의 고통에 시달린다. 가족을 허망하게 잃은 슬픔에 가족들은 우울증에 걸린다. 갑자기 찾아오는 무기력감, 살인사건 피해자란 입장에서 함부로 외출도 못한다. 친한 친지를 만나는 것도 사절해 스스로 우울증을 키우고 있으며 자꾸 살해 장면이 무한 반복재생되는 것 같다. 이에 생업을 포기하게 되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살에 이르고 만다. 심한 우울증의 결과다.

살인 피해자의 가족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피폐해져 있다. 이들은 어디 가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현재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평균 7~10명 정도의 가족들이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되어 유가족들은 심리상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유가족에 대하 장기적 심리상담 및 충분한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살인사건의 한 명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 가족의 삶까지 파괴해 버린다. 피해자 가족의 피폐해진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법적인 제도완비가 필요할 때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