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었기에 취업이 두려웠다”
“정신장애인이었기에 취업이 두려웠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9.28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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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취업을 경험하며 자신에 믿음 생겨
일을 통해 운명의 주인이 '나'라는 걸 깨달아
기초생활수급권에 영향 주지 않는 일자리 정책 필요
경제활동참가율 전체 39.0% vs 정신장애인 13.8%
임시근로자·시간제 근무자 여타 장애보다 2배 높아
퇴사 원인 ‘장애로 업무수행 못해’ 응답률 41%
지난 1년간 구직 경험 ‘없다’ 정신장애인 99%
실업 상태 지속 ‘차별과 선입견 때문’
직장 내 ‘동료상담가’ 제도화 돼야
고용주와 구직 정신장애인에 정보 제공돼야
정신장애인 지원고용 성공사례 적극 활용해야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 10곳에 불과...확대해야

정신장애인 고용 지원 국회토론회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제5차 장애인고용기본계획 이후 정신장애인의 고용 지원과 촉진에 관한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허성숙(여) 씨는 ‘정신장애 근로자로서의 노동과 삶’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취업에 두려움이 있었다”며 “취업을 하기 위한 과정은 멀었고 선택의 폭은 너무나 좁았다”고 말했다.

그는 클럽하우스해피투게더 시설을 이용하면서 커피와 관련한 이론과 실기 교육을 마친 후 바리스타로 일을 하게 된다.

그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과 인정받고 있다는 것 자체는 주저앉아 있던 저의 자신감을 높여 주었고 주인 의식을 더욱 고취했다”고 말했다.

또 “취업을 하기 전에는 저 스스로도 자신을 믿을 수 없었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다”며 “어느 순간 일에 대한 자신감과 저 자신에 대한 믿음, 신뢰감이 생겼다. 나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원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 운명은 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제 인생의 주인은 저 자신임을 분명히 깨달아 비겁하지 않게 삶을 가꾸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취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든데 취업이 기초생활수급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취업을 하려는 동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시급 적용 대상에서 정신장애인이 제외된 현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며 국가의 감시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였기에 취업이 두려웠다

발제에 나선 김용탁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전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9.0%이지만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3.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의 경우 자폐성장애(7.93%) 다음으로 정신장애인(9.70%)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이 상용이 아닌 임시근로자로 일하는 비율은 33.3%로 전체 장애인 17.6%보다 두 배 높았다. 또 시간제 근로로 일하는 경우도 정신장애인은 52.8%로 전체 31.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신장애인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58.8%에 달해 전체 장애인 27.1%를 훨씬 웃돌았다.

실업자가 되는 이유로 정신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41.2%로 전체 장애인 20.1%의 두 배를 넘었다.

또 실업상태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 때문이라는 응답이 정신장애인은 23.5%였고 전체 장애인은 11.8% 수준이었다.

심리적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실업 상태가 지속되는 비율도 정신장애인 10.5%였으며 이는 전체 장애인 0.5%보다 월등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前) 직장 퇴직 사유로는 ‘장애로 인한 업무 수행 어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한 정신장애인은 65.5%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장애인 51.5% 보다 높은 수치다. 발달장애인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55.8%였다.

지난 1년 간 구직을 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정신장애인 비율은 99.4%에 달했다. 또 향후 1년 이내 취업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신장애인의 93.7%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정신장애인은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6.4%로 전체 장애 유형 중 가장 높았다”며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낮은 지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노동시장의 낮은 지위자

정신장애인은 일용직·임시 근로자 지위로 일을 하고 있는 비율이 높고 단순노무종사나 시간제 근로 중심, 낮은 임금 등이 이 같은 현상을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정신장애인이 취업에서 차별을 받은 비율은 69.8%로 자폐성장애(66.7%), 안면장애(63.1%)보다 높았으며 전체 평균 35.8%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또 임금 차별을 받은 비율(56.8%), 동료와의 관계 차별을 받은 비율(64.7%), 승진 차별을 받은 비율(48.6%) 등으로 나타나 전체 장애인 평균보다 최대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였다.

김 선임연구원은 “정신장애인의 실업 상태가 지속되는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 때문이라고 응답한 정신장애인 비율은 23.5%에 이른다”며 “심리적 불안감이나 초조감으로 실업 상태가 지속되는 비율도 10.5%에 달해 전체 평균 0.5%를 크게 웃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의 직업 관련 수치가 낮은 이유로 직업 훈련의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원은 “정신장애인이 취업 훈련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심한 장애로 훈련받기 어렵다는 비율이 40.8%에 달한다”며 “국가가 장애인 직업재활을 위해 직업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노동시장으로의 진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차별과 선입견이 장기 실업 상태 부추겨

특히 기초생활수급과 노동시장 진입과의 차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기초생활수급과 노동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일자리를 제공해 이의 연동적 적용보다는 차등적 적용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신장애인의 고용 안정을 위해 근로지원 형태의 ‘직장 내 동료상담가’가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어 정신장애의 경우 장애 악화로 일의 공백 기간이 긴 점에 대해 사업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신장애인의 원직장 복귀를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김 선임연구원은 고용 네트워크 확산의 일환으로 ▲정신질환 발생 초기부터 고용과 연계 ▲관련 기관과의 정보와 자원의 연계 ▲정신장애인 전문가 간의 고용 이슈에 대한 공감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다양한 운동과의 연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14년 전국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은 56.3%이며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은 54.9%로 나타났다. 또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2016년 현재 30.8%이며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일부라도 필요로 하는 정신장애인 비율은 46.5%에 이른다.

김문근 대구대학교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은 70.0%로 전체 장애인 평균 93.7%에 비해 월등히 낮다”며 “실업률의 경우 전체 장애인 6.35%에 비해 정신장애인은 30.0%라는 높은 수치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높은 실업률에 대해 정신장애 대한 편견과 함께 정신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주어지는 지원에 대한 정보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고용주가 정신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해도 정신장애인의 취업 기회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고용주와 연결되지 못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또 실제 고용이 이뤄지더라도 취업 부적응으로 직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구성하는 핵심적 내용은 정신장애인은 ‘위험’하고 ‘능력이 없고’,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편견을 지니고 있을 경우 정신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무모한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직업재활과 고용촉진을 위해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을 고용하는 일자리의 절대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정신장애인을 고용하려는 고용주와 취업을 희망하는 정신장애인 간의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어야 하고 이 둘을 연결시키는 취업 알선 및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직장 내 동료상담가 제도화돼야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기술훈련, 직업적응훈련, 직장 배치 후 지속적인 지원, 직장 내 편의 지원에 대한 구체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중증 장애와 경증 장애에 대한 고용의 우선성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장애유형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없다. 고용주로서는 생산성이 높고 기존의 근로자들과 통합이 용이한 장애유형을 선호할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고 근로자로서 생산성을 입증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며 “정신장애인의 임시취업이나 지원고용 성공 사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을 고용한 경험이 있는 고용주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갖게 돼 정신장애인을 재고용하려는 경향이 높다.

김 교수는 이어 “지원고용 일자리 확대를 위해 배치 후 단기간 훈련이 종료되면 사후 지원이 단절되는 현재의 지원 고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는 지원고용은 1주일의 사전 훈련과 3~7주 간의 현장지원을 실시하고 일반 고용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이는 중증장애인을 사회통합적 일자리에 적응시키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장애인의 직업 적응이 어려울 경우 고용주와 장애인 모두에게 부정적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원 고용 일자리 개발과 배치 후 훈련, 사후 훈련에 있어 정신재활시설 등 정신장애인의 치료 및 재활에 전문성을 지닌 정신재활 기관 등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경쟁적 노동시장에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직업재활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발전시켜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전환한 후 이를 장애인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사례들이 있어왔다.

김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고용 확대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 확대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직업 참여를 위해 보호고용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 상의 직업재활시설은 2017년 현재 전국 571개소에 이른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전국 10곳에 불과하고 지역적 접근성 또한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비교해 정부 지원 역시 빈약하다.

박 교수는 “따라서 정신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의 대폭적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전국적 확대 필요

또 기존의 주간재화시설 등을 중심으로 직업재활 시설을 접목하고 입소시설은 보호작업장과 같은 원내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어 정신장애인직업재활 전문 교육 과정도 개발하고 전문가 양성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한두 달의 지원고용 기간으로 현장 적응이 어렵다”며 “미국처럼 1년 이상이라도 해당 일자리에서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신장애인 인턴제 역시 확대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한정적이다.

김 교수는 “정신장애인에게 특화된 인턴 제도를 설계해 노동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경력 전환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인턴제를 도입한 사업체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취업자의 정신건강 상 증상의 발생 시 필요한 배려사항으로 업무 내용의 조정이 4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업무량의 조정(44.0%), 업무시간 중 별도의 휴식시간 제공(36.3%), 출퇴근 시간 조정(24.7%) 순이었다. 이는 사후관리를 위해 고용주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 상의 문제로 상태가 나빠지면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수치심으로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치료 휴가제, 직장 복귀 시 인센티브, 지속적 상담 의사 지원, 동료지원가 등을 제도화하여 정신장애인이 노동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게 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취업 시 수급권과 의료급여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는 점과 관련해 “수급자 대상의 단시간 일자리를 별도로 만들어 주거나 단기간 일한 경우에 일정기간 동안 이를 ‘근로 경험 기간’으로 인정해 수급권 탈락을 유예함으로써 본인의 노력만큼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영자 마음샘정신재활시설 가족 대표는 “장애인 복지의 평등 이념에는 기회의 평등과 처우만을 의미하는 전통적 개념을 초월하여 사회 변화를 통한 평등을 전제로 ‘적절한 배려’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며 “그러나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의 현실은 슬프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직업에서 배제되는 현실과 관련해 ▲제한적인 직업재활 제공 기회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저조한 구인 ▲사업주의 편견과 고정관념 등을 꼽았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고용실태에 따르면 신체장애인의 평균 근무 기간이 10년인데 반해 정신장애인은 4년에 불과하다. 또 정신장애인은 복지전달체계에서도 배제돼 있고 최저임금법에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김 대표는 “교육을 통해 당사자의 직장 내 위기 상황 대처는 한계가 있어 개입할 수 있는 사례관리서비스는 지속돼야 한다”며 “‘동료전문가’ 양성을 통해 경험적 전문가로서 당사자의 사례관리 서비스도 체계적으로 만들어간다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복지 적용을 배제시킨 장애인복지법 15조에 대해서도 “장애라는 범주에서조차 소외되고 전달체계가 통합되지 않는다면 복지 차별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신장애인의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최저임금법 7조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적용 예외 인가를 사전 승인만 받는다면 부당 노동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자립을 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와 정의당 장애인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와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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