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주행 차량은 정신장애인에게 운전할 권리를 주는가?
[기고] 자율주행 차량은 정신장애인에게 운전할 권리를 주는가?
  • 김영돈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21.09.1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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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운전에 대해 대중은 두려움으로 접근해 낙인
고속도로 역주행에 언론은 ‘조현병’ 강조…혐오 원인으로 지적
자율주행 기술 도입되면 정신·시각·뇌병변장애도 운전 가능해질 것
전문가 시각 아닌 정신장애인 시각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디자인돼야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운전은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운전면허로써 그 능력을 증명된다.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도로교통법 제82조 2항에 따라 운전면허의 결격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불안한 주행 능력(예를 들어 급격한 조향), 둘째, 낮은 인지 반응 시간(PRT, Perception Reaction Time), 셋째, 위 2가지 요인에 따른 높은 사고율 때문이다(Unsworth et al., 2017).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문의의 정밀진단을 통해 일부 정신장애인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도로교통법 제90조). 하지만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은 정신장애인은 경찰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시적성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6개월이 기준이 되는 이유는 6개월 이상 정신질환이 완화될 경우 큰 교통사고 감소율을 보이기 때문이다(강현구 외, 2018, 재인용). 안전 운전을 위한 철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아직 정신장애인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9년 6월경 ‘조현병을 가진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한 사고를 통해 많은 언론은 사고를 낸 운전자의 ‘조현병’을 강조했다. 정신장애를 부각시키며, 교통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돌리고 있다.

조현병을 교통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대하는 여론과 대중적 태도는 정신장애를 더욱 부정적이고, 혐오를 가져다주는 원인으로 인지하게 만든다.

이러한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은 점차 발전해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버스가 시범 운행 중이며, 최근 카카오 모빌리티는 ‘화물차 자율협력 군집주행’ 기술 시연을 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에게 탁월한 교통서비스를 제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운전이 쉽지 않은 시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지체장애인도 접근성이 확보된다는 조건 아래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Rojas-Rueda et al., 2020).

자율주행 기술을 설계할 때 물리적 장벽과 정보 제공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자율주행 시스템 설계 시 UI는 장애인에게 자율주행이라는 경험을 해 준다. 이때 장애를 고려하지 못한 UI 설계는 장애인에게 큰 장벽이 된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디자인을 기획해야 한다. 서비스 디자인은 “고객이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이용하면서 접하게 되는 접점에서 경험하는 서비스 가치를 모든 이해 관계자가 협력하여 디자인”하는 것이다(박정은 외, 2019). 즉,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자율주행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자율주행기술 개발자들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UI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자들은 서비스를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전문가 중심적인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아닌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포괄적 디자인은 결과적으로 보편적 디자인과 같지만 과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포괄적 디자인은 이용자를 전문가로 간주하고, 이용자는 제안된 디자인을 경험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평가한다(이신해 외, 2020).

자율 주행. (c)olhardigital.com.br
자율 주행. (c)olhardigital.com.br

따라서 전문가의 기술 중심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정신장애인의 시각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디자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 능력이 원활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정신장애인이 자율주행 차량에 목적지를 어떻게 입력해야 할지?, 요금 지불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게 좋을지? 등과 같이 정신장애인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UI 설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서 정신장애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어떤 데이터들이 필요한지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 자율주행 차량의 서비스 연구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주로 연구자의 경험과 설문조사를 통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실제 정신장애인이 자율주행 차량의 어떤 서비스가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정신장애인이 직접 자율주행 연구자가 되어 경험하며,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자율주행 기술 개발자들은 자율주행 차량에 필요한 UI를 적용시켜야 한다.

정신장애인에게 자율주행 기술은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중들의 편견 없는 시선이다. 앞서 언급된 “조현병을 가진 운전자”의 교통사고 뉴스처럼 자율주행 시대에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지속된다면 “조현병을 가진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붕괴했다는 뉴스도 보도가 될 것이다. 어쩌면 자율주행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장애를 받아들이는 사회가 아닐까?

참고 문헌

1. 강현구, 이상덕, 이상암, 전승호, 서만욱, 신병수, 오선영, 류한욱, 2018, “한국의 뇌전증과 운전규범”, 대한신경과학회지, 36(2), pp. 65-73.

2. 박정은, 유영재, 홍승혜, 이승훈, 최준호 (2019). “자율주행 자동차 신뢰도 향상을 위한 여행 서비스 제안”.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 논문지, 20(3), 559-567.

3. 이신해, & 류청한. (2020). “서울시 대중교통시설 교통약자 접근성 평가지표 개발: 도시철도와 역사 중심으로”. 서울연구원 정책과제연구보고서, 1-178.

4. Rojas-Rueda, D., Nieuwenhuijsen, M. J., Khreis, H., & Frumkin, H. (2020). Autonomous vehicles and public health. 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 41, 329-345.

5. Unsworth, C. A., Baker, A. M., So, M. H., Harries, P., & O’Neill, D. (2017). A systematic review of evidence for fitness-to-drive among people with the mental health conditions of schizophrenia, stress/anxiety disorder, depression, personality disorder an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BMC psychiatry, 17(1),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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