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당사자, 우리도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조현병 당사자, 우리도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8.03 19: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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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당사자들도 연애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결혼이라는 문 앞에서 때로는 좌절해 이별하기도
사랑은 허물을 덮으니 사랑이 최선의 문제해결책
솔직한 태도로 부모께 교제 허락받기도

불볕 더위가 지나면 결혼의 계절인 가을이 온다. 남녀가 사랑하고 연애하며 서로의 애증(愛憎)의 끓는 시간을 거쳐 결혼하는 것은 당연한 인생의 섭리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끌려 연모하고 자기들만의 소중한 속삭임을 이어나가 작은 성을 쌓듯 인연을 만들면 남녀 어느 집안에서 반대하겠는가? 작은 생채기들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그들만의 사랑으로 극복된다.

조현병 당사자들도 마찬가지다. 당사자에게도 열애(熱愛)하고픈 꿈이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좋은 것만 애인에게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이상적인 ‘짝꿍’은 잘 나타나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다. 조현병 당사자들에겐 과연 결혼이 무엇인지, 결혼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서로가 서로를 사모하고 연애의 감정으로 살아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도 저의 바람이지만 과연 조현병 환자가 결혼을 해도 될까요. 서로 간에, 환자끼리 만나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조현병 당사자 김지호 씨는 결혼에 대해 이런 의구심을 가진다.

당사자들끼리의 연애도 의심이 가는데 하물며 결혼이라니 가당키나 할까. 누구나 이런 의구심을 가진다. 짚신도 짝이 있는데 자기들에겐 짝이 없을까.

또 이런 질문도 생긴다. 조현병 당사자는 꼭 조현병 당사자와만 결혼을 해야 할까? 당사자끼리 결혼해서 서로의 약점과 아픔을 덮어주면서 사랑할 수 있을까?

A병원 낮병원엔 우진영(가명)이란 여성이 있다. 아직 시집은 못갔고 30대 중반이다. 그런데 그녀는 매일 자신을 가꾼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머리는 항상 단정하다. 매일 손질해서 그런지 윤기가 난다. 얼굴은 서툴지만 매력적인 화장을 한다. 누가 봐도 ‘와 괜찮은데’, ‘와 매력적이야’하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옷은 매일 바꿔 입을 수 없지만 항상 정갈한 옷차림이다. 꼭 매일 연애하러 다니는 그런 매력적인 차림이다.

“조현병 당사자라고 우중충하게 다니면 왠지 울적하잖아요. 매일 나를 가꾸는 것은 세상에 나 우진영이 있어요. 생각도 밝고 행동도 긍정적이에요. '저 한번 봐 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가꿉니다. 일반인이 아니래도 당사자들한테 깨끗하게 보이고 싶거든요.”

우진영씨는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지만 늘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전 당사자라도 좋아요. 서로를 덮어줄 수 있다면요. 단지 세상을 향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요. 이렇게 살아가는 커플도 있구나. 정말 아름답구나. 결혼을 통해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렇게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꾸밀 줄 알고 자신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것은 항상 자기에게 긍정이라는 무언(無言)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긍정적 사고를 지닌 당사자들은 전체 당사자 중 몇 명이나 될까. 결혼을 낭만적 문제로 받아줄 수 있는 당사자들은 과연 배우자들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을까. 아니면 소나기가 내리면 쉬이 꺼져버리는 애정의 모호성이 혹 당사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결혼의 모호성?

결혼 적령기를 앞둔 가정은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내 아들한테 맞는 여자는 어떤 며느리일까?”, “내 딸을 책임질 사윗감은 과연 듬직할까?” 등 기대 반 걱정 반이 부모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좀 모자란 며느리, 사윗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가족의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려 한다. 그나마 정상적인 일반인 남녀의 일일 때 만이다.

조현병 당사자들은 애매모호한 차별에 가슴앓이한다. 남녀 중 어느 한 명이 정신장애인이면 무조건 ‘퇴짜’다.

“내 아들이 조현병 환자인데 그렇게 심하지 않다. 그런데 여자까지 조현병자면 무조건 반대다. 아들의 상처와 치부를 드러내는 그런 며느리는 필요하지 않다. 아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일반인과 결혼할 수 있다”고 차별을 생산하는 부모의 싸늘한 반응은 자기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상처가 된다.

여자 쪽도 마찬가지다. 이혼해야 할 경우 조금이라도 위자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 조현병 증상이 덜한 남편감을 찾기 때문이다. 한 예가 있다.

2년 이상 남자친구를 사귄 여성이 있었다. 서로가 정도 잘 통하고 뜻도 잘 맞았다. 또 서로 조현병 당사자들이어서 서로 약점을 덮어주며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런데 둘의 사이를 의심한 남자 측 아버지가 “어디서 정신장애인 여자가 우리 아들을 넘보느냐. 우리 아들은 불면증만 있지 다른 것은 정상이다. 어서 헤어져라. 둘이 결혼하면 자식에게 정신병을 유전시킬 것 아니냐. 아니면 지금 직장 다니고 있는 월급을 위자료로 다 줄 수 있느냐? 그렇게 안 되면 널 받아들일 수 없다. 어디 조현병자가 질척거리며 붙느냐”라며 상처 주는 막말을 퍼부었다.

여성은 순간 화도 났지만 속으로 억누른채 자기도 조현병이 심하지 않으니 같이 살게 해 달라며 사정을 했다. 결국 남자 측 아버지가 6개월 동거 후 모든 수입은 남자친구에게 주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제시해 결국 헤어지게 됐다.

이처럼 정신장애 여성은 정신장애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이중의 억압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정신장애 남성의 경우 가족들이 연애와 결혼을 소극적으로 용인하거나 상대가 비장애인 여성이길 은근히 바라지만 여성의 경우는 연애든 결혼이든 그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옛날부터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희생을 요구해 왔다. 여자에게 단 하나의 허물이 있으면 그날로 토사구팽 당하는 사회구조였다. 남자야 급하면 다시 새 장가를 들던가 첩들을 들이면 된다. 그런데 옛날에는 여성이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있으면 그날로 버림받는 것이다.

그 전통이 조현병 당사자인 젊은 청춘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슬픈 일도 있다.

“아버지가 조현병이시잖아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속여가지고 결혼했어요. 지금 나도 조현병이잖아요. 나도 조현병인데 만약에 내가 결혼하게 되면 우리 어머니 입장될까 봐, 어머니는 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말라’고 하세요.”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현병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고통이라고 해도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조현병이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중요하다. 나라고 조현병을 겪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젊은 청춘들이 이런 문제로 쉽게 불타오르다 쉬이 꺼지는 현상이 너무 쉽게 나타나니까 당사자들이나 지켜보는 자들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의 축복

앞선 사례들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그렇지만 결혼을 주위의 지렛대로만 여기는 시선도 답답하다. 사람들의 주의를 무시하는 것도 사실은 거북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야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판단, 권리, 주장이 신성할 때도 있지 않겠는가? 여기 좋은 한 예가 있다.

강후인(가명)이라는 여성 당사자가 있었다. 환청과 불면, 관계망상에 시달렸다. 병원에 나와도 약만 처방해갈 뿐이지 무슨 해결책이 없었다. 한 번은 병원의 낮병원 프로그램에 참석하다 몸 상태가 좋아져서 낮병원에 다니기로 했다. 그곳에서 당사자들도 많이 사귀었고 나이 든 남성들에겐 ‘삼촌’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곳에서 같은 나이인 김동광(가명)씨를 만나게 됐다. 관계망상으로 시달림을 받고 있었는데 낮병원 프로그램이 좋아 매일 나오다시피 했다. 처음에 후인 씨와 인사만 하며 지내다 서로의 공통적인 생각이 많아 끌리기 시작했다.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서 차츰 사귀어가다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엔 모르게 시작했는데 낮병원에서 소문이 파다해지고 동광 씨 어머니에게까지 그 소식이 들렸다. 처음에 화가 나서 “무슨 연애질이냐 조현병 여자와” 하며 반대하자 후인 씨가 동광씨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 저는 조현병자가 맞습니다. 어디 내세울 데가 없고요. 그렇지만 솔직함이란 저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이 저를 성숙하게 해주죠. 전 소중한 마음 이 솔직함을 동광 씨에게 보였고 우리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머니 한번 저의 솔직함을 귀담아 주세요.”

당돌하기까지한 이 소박한 고백에 동광 씨 어머니는 감동해 서로의 교제를 허락했다. 이들은 솔직함이란 무기로 연애를 허락받았고 지금은 결혼을 목적으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조현병 당사자들도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다. 자신의 장애를 숨겨야 할 때도 있고 어쩔 수 없을 경우 ‘커밍아웃’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도 조현병 당사자들의 사랑과 결혼에 서로 엇갈린 조언을 하고는 한다. 결혼을 하기 전에 자신의 병을 밝히라든지, 결혼을 해도 자신의 병을 숨기라든지. 둘 다 잘못된 권유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로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는지, 상대방도 진정을 다해 사랑을 주고 있는지를 느끼는 것이다. 그럴 경우 병은 하나의 생활의 불편한 문제일 뿐 사랑의 힘으로 이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족의 축복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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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2022-11-29 22:36:31
헤어진게 후회가 되네요

조현병저주 2022-06-18 03:36:41
조현병 환자의 가족이 조현병에 대해서 거품을 물고 혐오하는건 당연하다. 세상 그 무엇보다 주변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에서 지원되는 금액이 사실상 없다보니 중증 조현병 환자의 입원 비용과 케어를 전적으로 환자의 가족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저주라고 느낀다. 밤낮없는 미칠듯한 소음과 흔히 말하는 말도 안되는 망상을 인지조차 못하고 믿는다. 사람이 나쁜게 아니라는걸 알기에 환자의 가족들은 폭행에 가까운 모든 행동에 고통 받는 것이다. 조현병이란게 자신을 잃어버리는 병이라 생각한다. 치료 받지 않는 환자를 20년간 옆에서 가족으로 지냈다. 그럼에도 자식을 도둑놈으로 취급하고 믿지 않는다. 환자의 가족이 된다는건 절망이다.
미래도 희망도 없이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족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