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있어왔던, 그러나 여전히 해결 안 된 요청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
늘 있어왔던, 그러나 여전히 해결 안 된 요청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02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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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청원란에 요청 수 건 연속 올라와
52시간 근무제도인데 근무 여건 더 열악해져
5인 이하 시설 복지규정 있으나 마나
복지공무원 인수인계 없어…조직 내 따돌림 심해
사회복지공무원, 지방직 아닌 국가직으로 해야
사회복지사업상 근로시간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정신건강복지센터 복지사도 고용 불안에 시달려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52시간 근무제도 누구를 위한 제도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 A(여) 씨는 자신을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생활지도원으로 밝히고 “52시간 근무제도 생기고 나서 여가 시간은커녕 생차(생리휴가)까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일주일에 5일, 8시 반에 출근해서 5시 반에 퇴근한다. 다음날 당직근무 서고 하루 쉰다”며 “한 달 동안 생차 없이 이렇게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 복지시설은 지적장애·지체장애·정신장애·외상환자 등 거의 대부분이 중복장애”라며 “생활인 분들이 70명 정도 계시는데 근무자는 6명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전날 당직근무자와 당일 당직근무자를 빼면 하루 근무자가 4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전에는 그래도 생차가 하루씩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도로 일은 많아지고 생차 없어지고 월급도 줄었다”며 “여가 시간을 늘리려고 만든 제도의 결과가 이것입니까. 누구를 위해 만든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지난 달 23일에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개선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경기도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4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밝힌 청원자 B씨는 “일반적 근로자 월급이 약 290만 원인데 저는 한 달 월급이 처우 개선비를 포함해서 19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대다수 사회복지사들의 월급 상황”이라며 “5인 이하 소규모 시설이라 법에서 규정하는 복지 규정들도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실렸다.

청원자 C씨는 “복지를 공부하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기사가 있다”며 “‘사회복지 공무원 또 자살’, ‘사회복지 공무원 과로사’”라고 적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른 복지사 처우 개선 요구들

C씨는 “하지만 그 일이 ‘목숨을 끊어야 할 만큼 힘들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유독 경찰, 소방,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자살과 과로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들어 지역사회 거주와 치료를 함께 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선언됐고 정부는 ‘사회복지 공무원 증원’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하지만 사람들은 왜 공무원만 자꾸 뽑냐고 한다”며 “그렇게 자꾸 뽑은 사회복지 공무원 1인이 맡는 대상자는 2800명이면 평범한 거”라고 토로했다.

“그 많은 인원의 대상자가 항상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정책에 해당되는 대상자를 찾아 우편을 보내야 하고 수많은 전화 문의와 출장, 끝없이 찾아오는 민원인들,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문서들, 그 외에도 공무원이 아닌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업무들….”

C씨는 “새로 들어온 신규 공무원에게 인수인계 없이 제공되는 수많은 업무들이 왜 인수인계가 안 되는 줄 아는가”라며 “선임 공무원들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이다. 어떻게 신규 공무원의 업무 하나하나를 다 케어해 줄 수 있을까”라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복지 공무원은 오직 ‘지방직 공무원’만 존재한다. 각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선 업무’, ‘후 연수’의 체제로 돌아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인수인계와 관련한 연수를 받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국가직 공무원은 선 연수, 후 업무 투입 체제다.

C씨는 “사회복지 공무원도 ‘국가직 공무원’으로 바뀌어 나라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복지 공무원 1인당 맡는 대상자의 인원이 줄어들 수 있도록 지자체가 아닌 국가에서 적정한 인원을 뽑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복지 공무원의 인원이 증가하고 국가에서 적정하게 관리를 해 준다면 복지 공무원 1인당 맡는 대상자의 수는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대상자 또한 더 좋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C씨는 또 “공무원 팀내 집단따돌림 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을 따돌림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업무 강도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의 행정복지센터 사람들이 따돌림을 조장한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된 업무를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사회복지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그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지방직이 아닌 국가직 변경 ▲법으로 사회복지 공무원 1인당 맡을 수 있는 대상자 상한선 제한 ▲선 연수, 후 업무 투입 ▲공무원 내 집단따돌림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지난 6월 임용 두 달밖에 안 된 사회복지사가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메모를 남기고 투신한 사건이 있었다.

경남 김해시의 모 주민센터 소속 사회복지사인 D(여)씨는 메모에 “지옥 같은 출근, 사회복지사의 인근 보장이 시급하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충북 영동의 한 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30대의 E(여)씨가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을 호소한 뒤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3년에는 한 해 동안 사회복지사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실시한 ‘사회복지공무원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 공무원의 37.9%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우울, 고도 우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7.5%는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회복지전문가들은 내부적 문제뿐만 아니라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일반 직장보다 높다고 지적한다. 생계와 밀접한 업무를 맡다 보니 온갖 민원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민원인에게 욕설이나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 김모 씨는 “사회복지 공무원 이전에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을 둘러보고 더 많은 관계 맺음을 해야겠지만 각종 행정 업무와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꿈도 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열악한 처지에서 온종일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일을 하면서 때로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만 국가와 사회는 아직 이들에 대한 장기적 지원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여전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사회복지사들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로 치부돼 왔다.

 

사회복지공무원 중증 우울 비율 37.9%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처우는 어떨까?

서울시의 예를 보면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는 최근 5년간 서울시와 함께 전국 최초로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 체계 도입을 마무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회복지의 각 영역, 장애인, 아동, 노인 등이 서로 다른 임금체계를 갖고 있었으나 이를 하나의 임금체계로 통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곽경인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은 “근로기준법 제59조 대통령령에 따라 사회복지사업은 특례 업종에 속하고 있어 사회복지시설 직원들의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며 “사회복지사업의 근로시간 제외 요구가 많은 만큼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사업은 소규모 시설이 대부분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1천500개 사회복지시설 중 5인 이하 시설이 약 53%이고 10인 이하의 시설까지 합산하면 약 70%에 달한다.

특히 지역아동센터, 아동그룹홈, 보호작업장, 주간보호센터, 사회복귀시설, 노숙인시설 등이 대부분 2~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좋은 노동환경에서 운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전문 인력의 부족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회복을 돕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지사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2017년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중증정신질환자는 1만2천553명이다. 이를 담당하는 센터의 복지사 등 전문요원 인력은 2014년 314명, 2016년 315명으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지원 예산도 77억3천743만 원에서 78억1천775만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복지사들도 열악한 처지

기간제와 시간선택제 임기제의 불안정한 고용구조로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전문요원들의 업무 연속성마저 떨어뜨리다.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3.9년으로 동종업계 평균보다 2년가량 짧았다.

곽 사무처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이 고용불안에 처해 있는 기관들은 광역 단위의 공단에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단이 생기면 임금뿐만 아니라 노동환경의 개선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복지 분야의 전문요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해 2022년까지 복지 전담 공무원을 1만5천 명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과도한 업무, 직장 내 따돌림, 불안정한 비정규직 지위, 낮은 임금 등을 총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선도적으로 이들에 대한 복지를 재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화두가 된 지금, 복지가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에게 더 인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장치이지만 정작 이를 집행하고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복지가 생략된 일터에서 복지를 실행하고 있다는 조소가 터져나올 만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른 3건의 청원 글은 우리 시대 공무원이든 민간영역이든 사회복지사 지위가 갖는 열악함을 민낯으로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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