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스트레스로 정신질환 산재신청 급증…우울증 질환 가장 많아
업무스트레스로 정신질환 산재신청 급증…우울증 질환 가장 많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5.3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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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산재, 2008년 24건에서 지난해 126명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 66.3%
술·담배로 스트레스 해소…건강에 악영향이라는 지적
화병도 20~30대에서 발병 증가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갑질’ 문화 자정 필요

직장 내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 126명이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24건에 불과했던 2008년에 비해 9년새 5.3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인정받은 126건의 정신질환 산재 중에는 우울증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적응장애 32건, 급성스트레스장애 8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21건, 불안장애 1건, 기타 12건 순이었다.

직장인의 경우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사나 팀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 피해자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을 겪을 수 있는 비율이 높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방안’ 보고서에는 지난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6.3%에 달했다.

피해유형으로는 협박·명예훼손·모욕 등의 ‘정신적인 공격(24.7%)’과 업무 외적인 일을 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과대한 요구(20.8%)’가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상담을 한 경험이 없는 노동자는 66.7%에 달했다. 될 수 있으면 속으로 삭이려는 경향이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국내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술이나 담배로 해소한다’는 응답률이 25.9%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오히려 뇌·심혈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 ‘월간 폭음률’(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 음주)은 20~30대의 남성 58.2%, 여성 36.2%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흡연율도 남성 그룹에서 19~39세가 46.7%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게 되면 긴장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불안감도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술을 깨고 나면 더 큰 불안감이 찾아올 수 있고 척추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정신질환은 우리 민족성이 만들어낸 ‘화병’이라는 독특한 질병을 만들어낸다는 분석도 나왔다.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Hwabyung)’을 정신장애 편람에 그대로 표기하며 가부장적이고 유교문화권인 한국 사회의 특이한 민속증후군이라고 정의내렸다.

울화병으로도 불리는 ‘화병’은 주로 중년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질병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6년 2천859명으로 2011년 1천867명에 비해 약 53% 증가했다. 이중 남성 환자는 846명으로 2011년 387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화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소화가 안 되는 듯 명치에 뭔가가 결린 듯한 느낌, 전신 피로감, 뒷목과 어깨의 뭉침 현상 등이 있다. 화병은 방치하면 공황장애나 사회부적응, 협심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목이나 어깨 근육통, 턱관절 장애 등 신체에 직접적인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이 화병을 잘 다스리려면 무조건 참는 마음으로 감정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의 대상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직장인이 고립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신경계와 이상을 가져와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불면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에 내성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갑질’ 문화에 대한 자정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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