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뇌병변장애인에 인감증명 발급 거부는 장애인 차별
인권위, 뇌병변장애인에 인감증명 발급 거부는 장애인 차별
  • 김근영 기자
  • 승인 2019.12.2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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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에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뇌병변장애 등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에게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사무편람)’을 개정할 것을 24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권고했다.

뇌병변장애인 A씨는 올해 6월 활동지원사와 함께 주민센터를 찾아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해당 주민센터 담당자는 사무편람에 따라 뇌병변장애인은 정상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에서 피성년후견제도 판결을 받아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인감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씨는 필기나 말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우나 주먹을 쥐고 손을 세우는 손짓으로 ‘예’, ‘아니오’를 짧게 대답할 수 있다. 동행한 활동지원사가 주민센터 측에 A씨가 몸짓과 손동작으로 의사표현이 가능함을 설명하면서 직접 A씨와 의사소통을 해보라고 권했지만 센터 측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발급을 거부했다.

사무편람은 인감증명 발급 시 ‘본인 의사 표현 여부는 다른 방법으로 담당자가 본인의 의사를 판단할 수 있다면 무방하고 의사능력은 개별적인 기준에 맞게 상황에 따라 판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정상적인 사고’에 대한 기준을 ‘구술 또는 필기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말하거나 쓸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구술 또는 필기는 사고를 외부로 표현하는 수단 중의 하나”라며 “구술과 필기를 못한다고 해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장애인의 의사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인 고려 및 안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씨와 같이 말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다양한 방법(수화언어, 필담, 손짓 등)을 통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점 ▲주민센터 측이 A씨의 장애 정도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의사소통의 노력이 없었던 점 등을 비춰볼 때 주민센터 측이 성ㄹ년후견제도를 안내하면서 A씨의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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