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원 퇴원 환자 정보 경찰에 통보…“부적절” 의견
인권위, 정신병원 퇴원 환자 정보 경찰에 통보…“부적절” 의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7.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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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범죄 가능성 판단으로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
행정입원 요청은 기본권 제한 조항으로 보기 어려워
일부 조문 사문화 안 되려면 인력 대폭 확대 절실

정신의료기관이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 퇴원 사실을 관할 경찰서에 통보하도록 한 법안이 부적절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의 의견 조회 요청에 따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검토하고 일부 개정안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정신의료기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은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도 퇴원 사실을 관할 경찰서에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위는 개정안은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의 업무 수행을 방해한 자에 대한 벌칙조항 신설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라는 미래의 상태에 대한 판단에 의존해 개인의 의료정보를 국가가 과도하게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의료법에서는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에 개인 의료기록을 수집·제공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 지나치게 완화된 절차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의 업무 수행 방해자에 대한 벌칙 조항 신설’을 둔 것에 대해서도 “이는 응급입원 시 강제입원을 당하게 될 당사자 또는 그 가족일 가능성이 높은데 강제입원을 거부했다고 징역 또는 벌금을 부담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 처벌 정도가 장애인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에 비교해 봤을 때도 과도하다”고 ‘부적절’ 의견을 냈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관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안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절차를 지금보다 실효화하겠다는 것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견 없음을 표했다.

응급입원과 관련해 경찰이 출동할 때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 동행을 의무화한 내용에 대해서는 “동행한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의 조사 및 질문 권한은 피신고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조문이 사문화되지 않으려면 인력이 대폭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윤대성 씨는 "당사자는 돼지고기 쇠고기 원산지 이력제의 물건이 아니다"라면서 "이리저리 던지는 물건도 아니다. 당사자는 꼬리표를 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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