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임세원법]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률안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인권침해 법안이다
[칼럼/임세원법]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률안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인권침해 법안이다
  • 제철웅 교수
  • 승인 2019.02.14 23: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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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말연시를 강타한 고 임세원교수의 사망 소식 이후 한 달 여만에 정신질환자에 의한 위험 사고를 대비한다는 명목의 법률안 33개가 국회에 발의됐다고 한다. 2월 8일에는 민주당 TF팀이 준비하고, 윤일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공청회가 서둘러 열렸다. 거기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들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고 한다. 작금의 현상은 정치권의 조급성과 경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저미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윤일규 의원의 법률안은 임세원법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권침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안은 절차, 형식, 내용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선진국이라면 어떤 절차를 취했을까? 아마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정신병원에서 강제입원된 경험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기피한다면 왜 그러는지, 그리고 강제입원 경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와 등록 정신장애인이 수 십만명이 넘는데, 이들에 의한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보다 과연 높은지 등을 먼저 세밀하게 조사했을 것이다. 치료를 빌미로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격을 모독하지는 않는지, 불법적으로 강제입원 시키지 않는지, 강제입원 치료 경험이 있는 당사자가 겪는 트라우마의 원인은 무엇인지, 강제입원과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인권은 존중되는지 등을 조사해서 대응책을 수립했을 것이다. 그 조사단에 정신질환자 당사자단체, 권익옹호 전문가, 복지, 심리, 간호, 의료 등 다학제적 전문가를 참여시켰을 것이다. 이런 절차는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제9항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법률안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선진국은 이미 1970년대 이런 절차를 거쳐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보다 낮고, 정신병원에서 인권이 존중되지 않고 오히려 인권침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비정신질환자의 인신구속과는 달리 정신질환자를 더 쉽게 인신구속하는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폐쇄정신병동을 폐쇄하고, 강제입원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하여 비정신질환자의 인신구속과 비슷하게 했다. 그 결과 강제입원 되는 경우도 매우 적고, 강제입원 기간도 대개 2주일을 넘지 않았다.

윤일규 의원안은 형식에서도 “임세원법”이라 하기 어렵다.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에서는 정신건강정책의 제1순위 목표를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에, 제2순위를 지역사회에서의 치료에, 제3순위를 자의입원에, 제4순위를 강제입원에 두었고, 그 때에도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인권존중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윤일규 의원 법률안은 제1순위부터 제3순위 목표는 아무 언급 없이, 제4순위에만 집중하고 있다. 편견과 낙인 없는 환경에서 조기치료 환경을 원했던 임세원 교수의 뜻에 맞지 않다.

내용의 면에서도 윤일규 의원안은 잘못됐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선진국의 개정 법률, 2006년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뒤 이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책은 강제입원, 강제치료를 없애는 것, 지역사회에서의 치료와 회복을 강조한다. 선진국이 강제입원을 아직 완전히 없애지 않았다 해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조차 강제입원 요건을 더 엄격하게 하고 있고, 강제입원도 환자를 직접 대면 심문해서 48시간(버지니아), 4일(캘리포니아), 5일(뉴욕) 이내 결정한다. 윤일규의원안은 강제입원 요건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정신보건법 시절로 되돌려 놓았고, 한술 더 떠 강제입원 결정기간과 지속기한에 아무 제한도 두지 않았다. 강제입원의 요건을 정신보건법 시절도 후퇴시킨 후(개정법률안 제43조) 정신과의사들이 3일 간의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고(개정법률안 제50조), 2주 간의 진단을 목적으로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고(개정법률안 제43조), 그 후 정신과의사가 계속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간을 의사의 관점에서 정하여 가정법원에 계속입원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가정법원은 2주일 내에 심문기일을 잡아야 하지만(개정법률안 제47조), 심문기일을 잡더라고 언제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규정하지 않았다. 가정법원은 인신구속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강제입원 요건이 완화됐기 때문에 치료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의 감정을 구할 것이다. 감정까지 거치니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민법은 후견인이 격리시설에 입원시킬 때에는 먼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는데(민법 제947조의2), 개정법률안은 강제입원을 먼저 가능하게 했으니 민법은 사문화될 것이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가정법원 결정은 사전승인이 아니라 강제입원 사후 승인 절차로 전락하게 된다. 가정법원의 심판절차는 후견인에 의한 격리시설 감금사건절차를 따르도록 했기 때문에(개정법률안 제47조), 가정법원의 현재의 인력이나 통상적인 절차를 감안하면 결정을 내릴 때까지 보통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가정법원의 결정이 고지되기 전까지는 정신과의사는 합법적으로 강제입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개정법률안 제47조), 결과적으로 인신구속기간은 최소한 7개월 정도가 될 것이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조차 없앴으니 그 사이 정신병원에 접근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정신질환자가 어떤 처우를 받을지는 더 알 수 없게 된다.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감옥 같은 폐쇄병동에 강제입원되는 환자는 더 늘어날 것이고, 한번 강제입원되면 나오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신질환자를 다른 질환자나 여타의 비정신질환자와 비교하여 이렇게 차별하여 인신구속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렇게 정신질환자를 비정신질환자와 차별하자고 주장하는 나라가 이 법안 말고 세계에서 어디에 있을까?

바쁜 국회의원이 법률안의 세부내용을 알고 발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범죄자도 아닌 정신질환자의 인신을 구속하는 법률안을 극소수 의사들 말만 듣고 준비해서는 안 된다. 환자를 인신구속하는 법안준비에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의사들에게도 좋다. 의사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치료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신 강제입원의 잠재대상인 정신장애 당사자와 인권 전문가가 참여하여 관련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당사자도 납득할 수 있고,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철웅 교수님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법무부 동산 및 채권담보 도입을 위한 특별법분과위원회 위원
한국민사법학회 학술상임이사
한국비교사법학회 외국법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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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살고싶다 2023-08-24 09:25:05
네 그래서 보호의무자 폐지, 사법입원제가 꼭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더 아니 언제까지 집에서는 가족에게, 거리에서는 이웃에게 죽임을 당해야 하는가 말입니다.

인랑제수민 2019-02-15 02:57:28
환자를 인신구속하는 법안준비에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의사들에게도 좋다 동감한다

제1순위 목표를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에, 제2순위를 지역사회에서의 치료에, 제3순위를 자의입원에, 제4순위를 강제입원에 두었고, 그 때에도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인권존중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윤일규 의원 제1 제3순위 목표는 언급 없이,제4순위에만 집중하고있다

윤의원 권이사장은 4등짜리 법안들고 국가정책 농단말라.
인권이 먼저다 정신장애인도 국민이다 세금내는 시민 당사자를 존중하라 가두지말라

병원카르텔 예산 당사자에게 돌려주면 자기결정권주거권노동권건강권 모두해결된다
3분진료 웬말이냐 수술싫어 정신과 택한 의사들 의료사고 그만감추라
싸구려약으로 같은치료 25년 반복 환자는 죽어난다
자유가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