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먹는 약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이동 중?
조현병, 먹는 약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이동 중?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7.19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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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투여로 1~3개월 약 효과 지속
약 복용 거부 등 순응도 낮은 환자에 효과적
재발 빈발한 경우 비용 절감 효과 주사제가 더 높아
국내 주사제 사용률 2% 수준…선진국은 20%
국내 인정된 주사제는 모두 4종류

조현병 환자의 재발을 방지하고 삶의 질을 회복하는 한 수단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ion·LAI)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를 통해 건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남범우 교수가 조현병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효과를 설명한 바 있다.

1회 투여로 한 달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약 효과에 힘입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약물 개발에 시판에 오래 전부터 뛰어들고 있다.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들은 재발 경향이 높다. 2015년 4천365명의 조현병 환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약물치료를 중단했을 때 10개월 안에 53% 이상의 환자가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년 이상 항정신성약물로 안정된 조현병 환자가 약물 치료 중단 시 78%가 1년 이내에, 96%가 2년 이내에 재발했다.

조현병 환자의 재발에는 낮은 복약 충실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조현병의 복약 비(非)충실도는 60%로 만성질환 가운에 1위다. 2위인 당뇨병(31.1%0와 큰 격차를 보인다. 조현병 환자의 복약 충실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약물 남용, 잊어버림, 부작용에 대한 불안, 병식의 부족, 병에 대한 편견, 사회경제적 어려움, 복잡한 복용법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다.

복약 충실도가 중요한 것은 1년에 10일 이하의 아주 단기적인 약물 중단이 있더라도 꾸준히 복용한 환자와 비교해 재발률이 뚜렷하게 높아진다는 데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1회의 주사로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약효가 유지되는 제형이다. 매일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복약 충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성완 전남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재발률이 1년 안에 나타나는데 치료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영국 NHS(국가의료보건서비스) 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 후 입원 기간 및 횟수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경우 먹는 경구제 사용과 주사제 사용 이후 입원율은 비교한 결과 주사제가 경구용 약물 대비 입원 발생 비율은 최대 65%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주사제가 경구제에 비해 입원 재발률은 3배 이상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비정형 항정신약물 기준으로 얀센의 리스페달콘스타주사와 인베가서스티나, 인베가트린자,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메인테나 등 4개다.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부터 석 달에 한 번 투여가 가능한 주사제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조현병 치료에 사용되는 비용도 주사제가 경구제에 비해 낮은 편이다. 2014년 기준 조현병 치료를 위해 1년간 사용되는 총 의료비용은 주사제 사용시 451만 원 수준이며 경구용 제제는 519만 원으로 주사제가 69만 원 낮다.

경구제보다 단순 약값은 높지만 재발로 인한 입원 비용까지 고려한 비용 연구에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군에서 직·간접적인 의료비용이 절감됐다. 의미 있는 것은 이러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재발을 많이 하는 경우에 더욱 분명하다는 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의태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의 재발 원인의 절반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최상의 선택은 아니겠지만 약물 순응도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 효과가 월등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는) 3~5일에 약을 드시지 않아도 재발률이 확연히 올라간다는 보고들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것들이 중요하다”며 “현재 나오고 있는 1~3개월형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하면 재발률 염려,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조현병 치료에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유럽의 10~20% 수준보다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주사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얀센 제품들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매출액만 2천500억 달러(약 280조 원)으로 집계됐다. 오츠카제약도 연간 매출액이 10억 달러(1조2천억) 수준을 기록했다.

조현병 치료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향후 조현병 치료에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성완 교수는 “환자가 초기 치료에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경구용 제제보다는 장기형인 주사제를 사용하는 것이 순응도 면에서 적합하다”며 “초기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경구제제와 주사제를 함께 사용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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