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배 기자의 직설] "교도소 수용자 식사 단가 4616원, 정신병원 의료급여 환자는 3900원"
[김충배 기자의 직설] "교도소 수용자 식사 단가 4616원, 정신병원 의료급여 환자는 3900원"
  • 김충배 기자
  • 승인 2020.07.10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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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군대, 감옥, 정신병원의 차별적 급식 단가 현실
대한민국 학교, 군대, 감옥, 정신병원은 현대 이성의 전체주의 시스템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용한 청도대남병원 환자 "센터 밥이 더 맛있다"
정신병원 입원환자들의 의식주에 사회는 무관심
미래 세대의 '불온한 상상력'이 유토피아를 만들 것
급식 (c) Healthcare Facilities Today
급식 (c)Healthcare Facilities Today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받고 이후 노동을 한다. 물론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욕망을 실현할 수 있다.

일반 서민들로서는 비싼 명품백을 들고 고급 와인을 마시며 스테이크를 먹을 수는 없다. 불로소득에 가까운 다가구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부동산 정책도 논란거리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동일한 의식주를 제공 받는 집단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가?

'광기의 역사'의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책 '감시와 처벌'에서 현대 이성 집단이 고안한 수용시설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감시와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으로 '학교, 군대, 감옥, 그리고 정신병원'을 적시했다. 이 공간들의 공통된 특성은 수용 대상들이 '시간표'로 통제를 받고 그들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미셸 푸코는 말한다. 

미셸 푸코
미셸 푸코.

이번 기사에서는 기본적 인권인 대한민국의 학교, 군대, 감옥 그리고 정신병원의 식사 단가를 다루고자 한다.

서울시 교육청 급식기획팀에 따르면 초등학교 기준 단가는 4천880원,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5천610원이다. 여기에는 영양사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조리원 인건비가 약 30%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각 지방별로 학생들의 급식 기준 단가의 편차가 큰데 이는 각 교육청이 지방의회의 예산 편성에 따른 급식 단가를 배정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별로 영양사 주관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연 1회 급식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교육청은 잔반 줄이기 아이디어 공모를 했는데, 이는 역으로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 급식이 맛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2019년 12월 26일 국방부의 2020년 급식 방침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본 급식비는 전년 대비 6%가 인상된 1인 1일 8천493원이다. 국방부는 장병들 급식 예산이 1조6천여 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기술 발전 및 장병 선호 변화를 고려해 장병 만족도와 급식 분야 빅데이터를 활용한 급식 기준량 조정, 신규 품목 도입 확대, 급식 운영의 자율성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2020년 급식 방침을 수립했다.

이번 방침에 따르면 장병 대상 품목별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선호 품목은 기준량‧횟수를 늘리고 비선호 품목은 감량했고 시식회‧시험 급식을 거쳐 반응이 좋은 신규 품목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군대 역시 잔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무부의 올해 6월 22일 통계 자료인 2020년 교정 통계 연보 88~89페이지에 게시된 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20 교정통계연보 (c) 법무부
2020 교정통계연보 (c) 법무부

수용자 주식 혼합 비율을 참고하면 1986년 이전에는 쌀 30%, 보리쌀 50%, 콩 20%였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콩의 혼합은 사라졌고 보리쌀의 혼합 비율도 감소하다가 2014년부터는 100% 쌀로 급식이 제공되고 있고 1식 3찬이다.

2020 교정통계연보 (c) 법무부
2020 교정통계연보 (c) 법무부

법무부 범죄예방국에 따르면 치료감호소의 피치료감호자 식사 단가는 1일 3식 기준으로 2018년 4천503원, 2019년 4천503원 그리고 2020년 4천616원이다. 여기에는 조리에 사용되는 에너지, 수도 및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신질환자의 식사 단가는 어떨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요양병원 중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건강보험 환자는 2만5천098명이고 이중 남자는 1만6천488명, 여자는 8천610명이다. 의료급여환자는 2만7천247명이고 이중 남자는 1만8천272명, 여자는 8천975명이다.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의 식대는 차이가 있는데, 의료급여 일반식은 3천900원이고 건강보험 일반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4천930원, 종합병원 4천710원, 병원급 4천480원, 의원급 4천90원이라고 심평원은 밝혔다. 수년 전부터 병원 운영자들 및 정신과 의사들은 의료급여 환자의 식대가 수년간 인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래서인지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의 식대는 2018년에 비해 인상됐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환자들의 식대와 의료급여 환자들의 식대가 천 원 가량 차이가 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병원 마다 식사의 질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나 군대와는 달리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식사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지 않으며, 일부 병원의 경우 중국 동포를 조리원으로 고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있다. 

학교와 군대, 그리고 감옥은 수익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예산에서 식사의 질을 높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경우 민간 병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약값이나 식대 부풀리기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있다. 제약회사의 영업 사원들이 의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과는 다른 식사를 하고 있다.

내 경험으로는 어느 여름 복날이었는데 환자들이 '반계탕이라도 나오겠지'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 식사에는 닭 한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병원 원장이 환자들의 식사를 보고는 계면쩍어서 "오늘은 닭죽이 나왔나보지" 하고 돌아갔다. 또 어떤 병원은 잔반 처리가 걱정인지는 몰라도 병원 식기의 반찬 용기가 무척 작다. 그런데도 반찬이 형편없어서 많은 환자들이 반찬을 남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8명의 장기입원 정신장애인이 숨진 청도대남병원의 한 환자는 이송된 국립정신건강 센터에서 격리 치료 후 다시 대남병원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소감의 일성이 "(센터) 병원 밥이 맛있었다"는 것이었다. 

지난 5월 25일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2020-101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 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 기준 일부 개정'을 고시하고 발령했다. 

제9조(정신질환 수가 기준) 개정이유 및 주요 내용으로는, 의료급여 수급자는 정신질환으로 입원 시 1일당 정액수가를 적용 중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등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관련 비용을 별도 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함으로 밝히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정신병원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알게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집단 감염과 그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 때문이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102명의 환자 가운데 84명이 의료급여 수급권자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는 수많은 정신장애인들의 의식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반찬의 양이 너무 적어 반찬을 일일이 세서 준다는 간호사의 증언 ⓒ국민TV The아이엠피터 화면 캡처
환자에게 제공되는 반찬의 양이 너무 적어 반찬을 일일이 세서 준다는 간호사의 증언 ⓒ국민TV The아이엠피터 화면 캡처

병원 밥이 맛이 없으니까 정신병원들은 자체 매점을 운영하며 환자들이 간식에 의존하도록 해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환자들의 치료비를 근본적으로 증가시키는 이유이고 환자들의 건강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시스템이다.

의료급여 환자의 식대를 올리기 위해 집단 행동이라도 하자고 하던 병원 운영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과연 인도주의와 환자의 인권을 생각해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학교, 군대, 감옥 그리고 정신병원이라는 현대 이성의 '전체주의 시스템'은 학생, 군인, 감옥 수용자, 그리고 정신질환인의 정신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주어진 공간과 시간에서 '감시와 처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별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당신의 가족, 이웃, 그리고 친구일 수 있다.

의무 교육, 의무 복무, 법에 의한 형벌, 그리고 정신병원의 강제 입원 및 장기 입원의 문제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단지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들은 어른들에게 훈계를 받고, 분단 체제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총을 들어야 하며, 죄인이라는 이유로 좁은 방에서 자야 하며, 미쳤다는 이유로 수년 간 철문으로 닫힌 병원의 좁은 복도를 왕복해야 하는 현실은 그다지 행복한 현실은 아니다.

그리스어로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원상 '없는 장소'를 뜻한다. 헌법에 명시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특권층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체제가 유토피아겠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본성을 지녔다.

우리에게는 '없는 장소'를 만들 수 있는 힘은 지금 우리에게 없을지는 몰라도 미래 세대의 '불온한 상상력'이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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