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공무원 된 후 우울증 이겨내며 직장생활
은퇴 후 정신질환 해소...지난 시절과 인연에 감사
이 글은 젊은 시절 시작된 우울과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야 했던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출신의 홍순필 님의 자기 고백이다. 그는 자신의 청춘은 비애로웠으나 은퇴 이후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된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전문을 싣는다.
절친의 죽음과 집안의 대몰락으로, 절망의 심연에서 벗어나고자 몸무림쳤던 고교 시절.
우울증 발병에서, 이어진 집안의 파산(破産)에 남동생은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던 가난과 병고의 젊은 세월. 절망과 우울에 망가진 정신과 몸으로 죽지 못해 살았던 교교 시절, 대학 시절. 그리고 격증간염과 장티푸스.
게다가 대학 졸업 시절 몸에 찾아든 만성활동성 간염까지, 나의 젊음은 마음과 몸의 병고로 감당해 나갈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젠 죽어야겠다고 마음먹기를 수없이 해 오며, 모진 목숨을 부둥켜안고 젊음을 소진하며 살아왔다. 나에게는 도저히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건강·직장·결혼. 그 중 가장 먼저 날 찾아준 행운은 결혼이었다.
우울과 불안에 따른 심한 두통을 일상으로 하면서도 살아 남아야 하겠다는 결심으로 서른 살이 다 되어 7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을 하던 중 우연(필연?)히 알게 된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다가, 무직 상태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른두 살에 결혼을 먼저 하게 됐다.
단칸방에서 지내며 아내는 출판사에 다니고, 나는 도서관을 다니며 재수하여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격심한 우울성 두통에, 화장실 가는 것을 제외하곤 하루 17시간씩 공부에 매진한 결실이었고 아내 또한 나를 적극 격려해 준 결과였다.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깐,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우체국 계장으로 초임 발령 받았으나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 탓에 업무를 제대로 못 보는 것은 물론, 상하 계급사회에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억지로 하루하루 버텨가는 악전고투의 나날이었다.
공무원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강제 퇴직 될 상황이 계속 이어져 갔다. 운이 좋았던지 모 중앙부처 기획관리실 직원으로도 일했으나, 우울증 때문에 살아 있는 시체처럼 고통과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먹고 살기 위해, 나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우울과 절망의 긴 공무원 생활을 감내하고 버티어 오던 중 나는 사무관 승진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인내를 거듭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승진 시험 기회가 오자, 단 한 번에 패스해 사무관이 되는 기쁨을 거머쥐었다.
사무관이 된 직후 화천우체국장을 역임하며 많은 우체국과 인력을 통솔해 보는 기관장의 경험도 쌓았다.
우울증 등은 호전되어 갔으나 오랜 정신질환은 결코 물러나지 않았고, 나를 오랫동안 고통에 빠뜨렸다.
정신과를 다니며 거의 평생에 가까운 근 50년 째 정신과 약을 지금도 먹고 있다. 예전 같은 심한 두통이나 우울은 사무관 승진 이후 호전되었으나 정신질환은 공직 생활을 정리한 이후인 환갑이 되서야, 거의 다 해소됐다.
스트레스와 대인관계에 워낙 민감해하던 성격이라, 이러한 문제들이 은퇴한 이후에야 거의 다 해소된 연유인 것 같다.
지금은 공무원연금을 받으며 아내와 평화롭고 행복하게 아픈 데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젊은 시절 성령 불세례 체험을 통해서 부족한 인생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여 주시고 지켜 주신 하느님과 사랑하는 아내에게 무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