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의 권리 요구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의 권리 요구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1.12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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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명이 90명 담당, '번아웃증후군' 기본
복리후생 열악, 예산부족에 고용불안까지 겹쳐
2016년 파업돌입했지만 지자체는 '묵묵부답'
아슬아슬한 고용불안 답답한 구조

정신질환도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 진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사회적 환경이 초기 진료를 어렵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질환 발병 후 진료를 받기 시작하는 기간인 DUP(정신증 미진료 기간)이 선진국들에 비해 두 이상 길다.

개인이나 가족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병을 키운 뒤라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 힘들게 입원치료라도 받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 정신질환자들이 고지식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기들의 철학에 맞지 않는 부분은 수용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약 투약을 거부하는 것도 자기들의 지식에 약물의 정의가 입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 후 사회적으로 독립해야 하지만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이 겹쳐 고립에 빠진다. 이때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다. 그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설득해 지역센터로 오게 유도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재활의지를 돕는다.

현재 한국은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센터가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 직원들은 당사자들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게 보조해 주며 케어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정신건강 관리는 보건과 복지를 넘나드는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이에 각 지자체 보건소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정신건강 사업을 주관한다. 센터가 점차 지역사회 정신건강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이 일한다. 비상근으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까지 포함하면 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근무하는 인력 구조다. 이들 대부분은 ‘정신건강전문요원’ 국가자격을 취득하고 전문적인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사자의 각종 요구에 응하고 센터에 안 나오면 당사자의 집을 방문해 상황을 살핀다. 전문적 사명감을 갖고 당사자를 케어하고 자립심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센터 직원들의 복리 후생은 여전히 약하다. 예산 부족과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해 이직률 또한 높다. 기본적인 급여 기준이 매년 달라지거나 동결된다.

고용 구조도 불안정하다. 민간위탁을 받은 병원에 소속된 것도, 민간 위탁을 준 보건소에 소속된 것도 아니다. 민간위탁을 준 병원에 근무하는 센터장이 개인 명의로 계약해 직원들은 비정규직 상태로 근무해야 한다. 위탁기관이나 운영방식이 변경되면 직원들의 고용승계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근무 내용과 여건이 비상식적인 부분도 많다. 센터 직원들이 아동기 정신질환, 알코올 문제, 자살 상담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사례관리자 1명이 60~90명을 담당할 정도로 일의 강도가 높다. 열정으로 일하다가도 결국 소진(burn out)을 경험한다.

여성의 경우 상담을 진행할 경우 심리적, 신체적인 위험성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이직할 수밖에 없는 부당한 일들이 반복되는 작업장이다.

그래서 센터 직원들은 자신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지금의 보건의료노동조합 서울시정신보건지부를 결성했다. 안정적인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게 단체협약을 만들어 요구했지만 서울시와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장들은 모두 외면하고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2016년 10월 4일부터 51일간 단식과 노숙투쟁을 통해 이들이 쟁취하고자 했던 요구사항은 고용 안정을 통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상화가 전부였다.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일부 센터는 직영으로 변환하겠다고 통보하고서는 문을 닫아버려 노동자들을 이직하게 만들었다.

상시 지속적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7시간을 근무하는 시간 선택제로 변환하여 자진 퇴사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나마도 일터를 지키겠다는 사람은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등의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지자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센터직원들은 복리후생을 위해 계속 투쟁 중이다.

이들은 투쟁 속에서도 당사자의 독립과 재활,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투쟁하는 것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행복해지려는 소망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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