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살펴보기 : 디아워스] "원하는 치료법의 선택이요?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라구요!"

2019-09-20     배주희 기자

 

Forced 'treatment' is torture.

강제 '치료'는 고문과도 같다.

하버드의 정신과 교수 피터 브레긴(Peter Breggin)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치료(treatment)'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다시 말해, 브레긴 교수는 "비자발적(강제)치료가 치료이긴 한가"라며 비자발적 치료를 강도높이 비판했다. 그는 강제입원이 환자들의 폭력성을 줄여주고 당사자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역설했다.

비자발적 치료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조울증 당사자였던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를 모티브로 한 영화 <디아워스>(The Hours, 2002)에는 원하는 치료 방법을 빼았긴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버지니아

영화 <디아워스>의 기존 한글자막은 당사자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기자가 직접 자막을 수정했다. 예컨대 버지니아 울프는 남편과 언쟁을 벌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The meanest patient, yes, even the very lowest is allowed some say in the matter of her own prescription.

Thereby she defines her humanity.

극중 이 표현을 기존 한글자막은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아무리 내가 더러운 병에 걸렸다해도, 나도 원하는 게 있단 말이에요.

미친 사람도 인간이니까.

하지만 이 번역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번역이라면, 이렇게 자극적으로 번역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번역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가장 반항적이고 엉망인 환자도 원하는 치료법을 부탁할 순 있잖아요.

그래야 인간이죠.

당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막으로 잠시 감상해보자.

런던에
비자발적
의사의
당사자의

 

겪어보지
영화
당사자
당사자의
영화
병이
"Thereby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800년대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2000년대인 지금의 현실과 별반 다를게 없다. 현재의 정신건강 현장 역시 환자를 존엄하게 대하기보다는 약물복용 유무로 병식 유무를 판별하고, 의료진에 대한 순종적인 관계를 종용하는 일방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정신장애연대(KAMI)는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네 번째 정책간담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제1의 회복조건으로, 자유롭고, 존중받고, 이해받는 존엄한 치료환경을 꼽았다. 제2의 회복조건으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약물치료만이 아니라 심리치료, 재활치료 등의 통합적 치료가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우리는 아주 세밀한 외과적인 수술도 로봇에게 맡기고 인공지능으로 암을 진단 받을 수 있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현대 의학은 나날히 발전하고 기대수명을 늘려주는 등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왜 정신건강의학은 200년 전 시점에서 멈춰있을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병의 치료법의 선택권이 과연 오늘날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주어지고 있는가. 당사자들의 존엄성은 온전히 지켜지고 있는가.

우리는 이제, 20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의 현주소를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또 당사자들의 자발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존엄한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래는 영상이다. 한국어 자막을 켜고 보면 된다. 2파트로 나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