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폐쇄병동에도 통신의 자유를 허(許)하라
[기고] 폐쇄병동에도 통신의 자유를 허(許)하라
  • 세바다 활동가 밤하늘 · 김승엽
  • 승인 2023.01.30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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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필자는 청소년 때 경계선 인격 장애, 중증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섭식장애, 양극성 정동장애를 진단받은 정신장애 당사자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 시절 6개월가량 폐쇄병동에 입원했으며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폐쇄병동과 개방병동을 오가며 입원을 여덟 차례 했다.

청소년 시절 폐쇄병동에서 겪었던 일들과 그곳에서 보았던 많은 일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권이라는 건 무엇일까? 폐쇄병동 안에는 인권함이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며, 이용한다고 해도 단지 정신장애 증상으로 치부할 뿐 무시하기 바빴다.

그리고 샤워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사람들이 오가는 화장실에서 샤워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수치심도 함께 느껴야 했다. 주 2일 목욕탕을 열어주는 시스템은 씻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방해했다.

고충이 생겨 의사와 면담을 신청할 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게다가 같은 방을 쓰는 분과 마찰이 있어 병실을 옮겨 달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무참히 무시당했다. 그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그때 당시 휴대전화는 당연히 반입이 불가능했으며, 공중전화로 지인 혹은 가족들과 연락해야 했는데 이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화카드’라는 것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전화카드를 마음대로 이용했지만, 누군가는 전화카드를 소지하지 못해 공중전화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신의 자유를 억압받은 것이다.

그 후 폐쇄병동의 인권 상황은 많이 개선되었을까? 그건 아직 아니다. 최근에 경험했던 일을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입원 후 몇 년이 흘러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입원했던 병원에 3개월가량 입원했다. 의사에게 부조리함을 느껴 인권함에 진정서를 넣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냈다. 6개월 후에서야 받은 답변은 “어떤 처리를 원하느냐?”라는 말뿐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다양인들도 통신의 자유로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으면 과연 처리될지 의문이다. 신경다양인들의 목소리는 뒤로한 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이것은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내가 직접 목격한 일 중에는 보호자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통신의 자유를 억압받는 사람도 있었으며, 그저 전화를 자주 한다고 전화를 제한당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가 입원했던 병원 중 한 곳은 휴대전화만 쓸 수 있었으며, 그것도 20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보호사 앞에서 숨죽인 채로 사용해야만 했다. 정말 확인만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나 메신저나 전화라도 하는 게 보호사 눈에 들어오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20분의 시간마저도 억압당하는 것이다. 병원은 그저 규칙이라고만 한다. 과연 이 규칙이 옳은가?

의사의 통신 금지 처방이 어떤 기준에서 내려지는지 당사자에게 제대로 설명이 되는가?

나는 여태까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너무 많이 하셔서 안 돼요! 못해요! 의사 선생님이 허락하셔야 할 수 있어요”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입원해 있는 사람은 나인데 왜 보호자들에게만 설명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설명해주지 않는가? 그들의 답답함은 누가 풀어주는가? 이런 시스템은 옳지 않다.

폐쇄병동이나 개방병동 두 곳 모두 입원하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산책까지 나갈 수 없게 된 곳이 많다. 면회도 제한됐고 병원 내 프로그램도 많이 축소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밖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하는 게 더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도 통신 제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스마트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정신과 병동의 통신 제한은 법적 근거가 있을까? 정신건강복지법 제74조에 의하면, 정신의료기관의 장 등은 전문의의 지시가 없는 이상,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만약 통신과 면회 제한을 결정한다면 전문의는 같은 법 제30조에 의거, 이를 의무기록에 명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제30조(기록보존) ①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기록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진료기록부 등에 작성ㆍ보존하여야 한다. <개정 2020. 4. 7.>

7. 제74조에 따른 통신과 면회의 자유 제한의 사유 및 내용

제74조(통신과 면회의 자유 제한의 금지) ①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입원등을 한 사람에 대하여 치료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②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치료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여야 한다.

장애인권리협약 제22조(사생활의 존중)를 보자.

1. 장애인은 거주지 또는 거주형태와 무관하게 자신의 사생활, 가족, 가정, 통신 및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에 관하여 임의적 또는 불법적인 간섭을 받거나 자신의 명예와 명성에 대하여 불법적인 침해를 받지 아니한다. 장애인은 그러한 간섭 또는 침해에 대하여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1. 어느 누구도 그의 사생활, 가정. 주거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거나 또는 그의 명예와 신용에 대한 불법적인 비난을 받지 아니한다.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이 있고,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와 협약의 경우에는 국제법이 국내법보다 우선한다. 장애인권리협약과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에게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강요죄에 대한 판례를 보자.

법 제324조 소정의 폭력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는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권리행사가 현실적으로 방해되어야 할 것인바, 피해자의 해외 도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협박하고 이에 피해자가 겁을 먹고 있는 상태를 이용하여 동인 소유의 여권을 교부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의 여권을 강제 회수당하였다면 피해자가 해외여행을 할 권리는 사실상 침해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권리행사방해죄의 기수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901 판결, 공1993.10.1.(953),2476

여권에 스마트폰을 대입해보자. 폭행으로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보호실에 감금한다고 협박하는 것은 강요에 해당한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요죄에서 말하는 폭행과 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주어 그 의사결정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면 성립된다. 즉, 심각한 폭행과 협박이 없더라도 당사자가 공포심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강요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전문의 지시 없이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혹은 일정 시간 동안 압수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할까?

이는 병원의 지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이다. 당사자가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당사자는 입원을 해도 환자의 권리와 관련 법령을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진정이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

모든 입원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권리협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의료계와 가족 집단의 눈치를 보며 정신병동 입원자에 대한 처우 문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권리협약의 확실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편집: 세바다 대표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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