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성을 능력으로만 치환할 경우 능력 없는 다수 신경장애인은 배제돼”
“신경다양성을 능력으로만 치환할 경우 능력 없는 다수 신경장애인은 배제돼”
  • 리얼리즘
  • 승인 2022.09.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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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 자조모임 세바다 대표 리얼리즘 기고
신경다양성은 인간 발달 과정에서 비전형적인 행동·심리적 특성 의미
신경적 차이는 정치 범주에 새 범주 보탠 것...장애사회적 모델에 통찰력 증대
신경다양성 운동은 장애를 다양성으로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사회 운동
국내는 성인자폐자조모임 estas가 자폐 중심의 신경다양성 최초 주장
발달장애인 당사자 목소리 억압받아...발달장애 부모단체가 목소리 빼앗아
신경다양성을 능력으로 치환하면 능력 갖지 못한 신경다양인 당사자는 배제돼
자폐를 질병으로만 인식하면 자폐 자긍심 갖는 당사자를 공격하고 타자화해
세바다 누리집 갈무리.
세바다 블로그 갈무리.

◆…들어가며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으로 인해 자폐와 신경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에서 ‘당신이 (…) 뒤집힌 글을 (…) 읽을 수 있다면 (…) 당신이 신경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다는 글이 신경다양성과 함께 언급되며 관심을 끌었다. 혹자는 신경다양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다른 사람은 신경다양성이 그저 장난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련의 사건들은 신경다양성이 한국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신경다양성이 막 궁금해지기 시작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치겠다. 이 글이 신경다양성과 그 한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신경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발달 과정 중 ‘전형적’이라고 여겨지는 양상과 형태에서 벗어난 모든 행동적, 심리적, 신경적 특성을 의미한다. 신경다양인은 이러한 특성을 가진 당사자를 의미하며, 신경전형인은 전형적인 발달 단계를 거친 사람(이른바 비장애인)을 의미한다.

많은 신경다양인들은 뇌의 감각 처리 체계가 신경전형인과 다르다. 신경다양인 당사자들은 감각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거나, 감각이 적게 들어온다고 말한다. 많은 양의 정보가 한꺼번에 인식되어 길가의 낙엽의 잎맥까지 들어오거나, 감각이 적어져서 목소리가 커지고 키보드를 세게 치는 등의 양상을 나타낸다.

사회성에 대한 다른 감각 역시 신경다양인의 특성이다. 사회적 단서를 잘 포착하지 못하거나, 문장 의미를 넘어선 맥락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한 특성이 주변인들에게 유쾌함을 줄 수도 있지만, 신경다양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인들은 당사자들을 ‘무례하다’, ‘엉뚱한 말을 한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에는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특정한 관심사에 전형인보다 깊은 이해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자신만의 루틴(routine)을 고집하기도 하고, 혼잣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기도 한다. 신경다양인의 특성은 다양하지만 모두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신경다양성의 기원

신경다양성을 공론장으로 가져온 사람들로 하비 블룸과 주디 싱어를 꼽을 수 있다. 1998년, 하비 블룸은 “생물다양성이 생물 전체에게 중요한 만큼 신경다양성이 인류에게 대단히 중요할지도 모른다. 어느 특정 시점에 어떤 형태의 신경 배선이 가장 유리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듬해 주디 싱어는 “내가 생각하는 ‘자폐 스펙트럼’의 핵심 의미는 신경적 다양성, 즉 내가 ‘신경다양성’이라고 부르는 개념의 정립을 추구하고 기대하는 데 있다. ‘신경적 차이’는 계급·성별·인종 같은 익숙한 정치적 범주에 새로운 범주를 하나 더 보탠 것으로, 장애의 사회적 모델에 통찰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평했다. (이상 Armstrong, T. (2019).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 (강순이, Trans.) (1st ed.). 새로온봄.)

그 이전에 짐 싱클레어는 한 연설에서 “자폐인에게서 자폐만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연설(1. Sinclair, Jim. [Don't Mourn For Us.](http://www.autreat.com/dont_mourn.html) Autism Network International, n.d.. Retrieved on May 7, 2013.)해 자폐를 정체성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연 바가 있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무엇인가

신경다양성 운동이란 사회에서 ‘병’, ‘비정상’, ‘발달장애’라고 불리던 신경 발달의 형태들을 신경 발달의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촉구하는 사회 운동이다. 자폐 당사자 진영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읽기장애, ADHD 등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조현병, 우울장애, 강박장애 등 정신장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폐 중심의 신경다양성 운동 진영으로 ASAN(자폐자조네트워크), EUCAP(유럽자폐협의회), Autscape 등이 있다. 이들은 자폐 당사자의 역량 강화와 권리 옹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타 지역의 다른 자폐 당사자 단체와 협력하며, 자폐인이 당면한 여러 사회적 문제의 해결과 자조(self-help)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Neuro Pride Ireland는 가장 넓은 범위의 신경다양성을 주장하고 있다. 자폐, ADHD, 읽기장애 등과 함께 정신장애, 심지어 뇌전증과 같은 신체적 신경장애까지 포괄하고 있다(Neuro pride ireland. (2021, July 11). What Is Neurodiversity? Am I “Neurodivergent Enough” for Neuro Pride?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www.neuropride.ie/what-is-neurodiversity/](https://www.neuropride.ie/what-is-neurodiversity/)).

이들은 지난해 Neuro Pride Week를 세계 최초로 진행(Bowler, E. (2021, July 19). Ireland’s First Neuro Pride Festival to Launch in August.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gcn.ie/ireland-first-neuro-pride-festival-launch-august/](https://gcn.ie/ireland-first-neuro-pride-festival-launch-august/))했으며, 올해 역시 신경다양성을 기념하는 다양한 세션을 진행했다.

영국 작가 대니얼 태멋. 그는 수학 천재이면서 동시에 신경다양성 당사자였다.
영국 작가 대니얼 태멋. 그는 수학 천재이면서 동시에 신경다양성 당사자였다.

한국에서는 신경다양성을 주요 이념으로 하는 단체인 세바다가 2021년 국내 최초로 출범했다. Neuro Pride Ireland처럼 정신장애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신경다양성을 지지하며 당사자 옹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세바다가 신경다양성을 국내 최초로 공론장에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국내 최초의 성인자폐(성) 자조모임인 estas가 자폐 중심의 신경다양성을 먼저 주장했다.(estas. (2019, November 13). estas의 제3학기 첫 번째 활동은 서적 추천사 작성이었다.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www.facebook.com/estasKorea/posts/pfbid0kXisqspB6QQ9aXVMFR5JUKNHiGGPQXKQ91fpdEFSupqmeFU3W](https://www.facebook.com/estasKorea/posts/pfbid0kXisqspB6QQ9aXVMFR5JUKNHiGGPQXKQ91fpdEFSupqmeFU3Wdpb1YEp7uabT5Yel)). estas의

신경다양성 운동은 여전히 자폐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세바다를 필두로 한 정신장애인 및 정신적 장애인 집단과의 협력 역시 늘려가고 있다(estas. (2021, February 2). 세바다의 활동 개시를 축하하며 동시에 연대합니다. 다만 저희는 ’장애계’지 “자폐계” 사람은 아닙니다. (F.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www.facebook.com/estasKorea/posts/pfbid02M73CuGFspHRZsgfBRoUotVZWtqjJgCfAmmDiSsCqLkNyRZv8mL](https://www.facebook.com/estasKorea/posts/pfbid02M73CuGFspHRZsgfBRoUotVZWtqjJgCfAmmDiSsCqLkNyRZv8mLz9rwWTVhUxN58Al))(세바다. (2022, March 7). 제1회 신경다양성 포럼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sebadaoceans.tistory.com/80](https://sebadaoceans.tistory.com/80)).

◆…신경다양성에 대한 논란 1: 신경다양성은 저인지 당사자를 배제하는가?

신경다양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거 중 하나로, 신경다양성이 ‘저인지(인지 능력이 전형적인 수준보다 낮은 사람을 의미하며, 당사자에게 모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저기능이라는 용어를 대체한다)’ 당사자의 존재와 그 권리를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을 꼽을 수 있다.

신경다양성을 주장하는 당사자 활동가의 대부분은 ‘고인지(인지 능력이 전형적인 수준 혹은 그 이상인 사람)’ 당사자로서 이들이 고인지 당사자의 권리 옹호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저인지 당사자에게는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상 Costandi, M. (2019, September 12). Against Neurodiversity.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aeon.co/essays/why-the-neurodiversity-movement-has-become-harmful](https://aeon.co/essays/why-the-neurodiversity-movement-has-become-harmful)).

신경다양성 활동가들은 자폐를 비롯한 신경다양성이 긍지(pride)를 가질 수 있는 정체성임을 역설하며, 신경다양성이 콤플렉스가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고, 자신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조미정. (2022, March 4). 정신적 장애는 다른 이의 아픔이 아니다.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abnews.kr/1Vgq](http://abnews.kr/1Vgq)).

그러나 신경다양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심한’ 자폐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며, 이러한 당사자와 가족들은 자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자폐를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특성이 옅은 신경다양성의 경우는 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그에 맞는 적소를 구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학대 또는 보호자의 돌봄 스트레스로 인해 살해당해 죽음을 맞기도 한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일까?

신경다양성 활동가들이 고인지 당사자로서 저인지 당사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신경다양성 활동가들은 저인지 당사자의 어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올해 estas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고인지 자폐 당사자뿐만 아니라 저인지 발달장애인들의 잇따른 피살에 대해서 정부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estas. (2022, July 22). Autistic Response for Second and Third Periodic Reports of the Republic of Korea to Committee for Rights of People with Disabilities.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tbinternet.ohchr.org/_layouts/15/treatybodyexternal/Download.aspx?symbolno=INT%2FCRPD%2FCSS%2FKOR%2F49537&Lang=en](https://tbinternet.ohchr.org/_layouts/15/treatybodyexternal/Download.aspx?symbolno=INT%2FCRPD%2FCSS%2FKOR%2F49537&Lang=en&fbclid=IwAR1249HVJPQjR1sI3S18sp3HezBI06Z5naXkIoU)).

세바다 역시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학대치사 사건에 대한 비판 성명을 공개(세바다. (2021, August 28). 자기결정권 침해가 야기한 죽음, 더는 용납할 수 없다.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sebadaoceans.tistory.com/50](https://sebadaoceans.tistory.com/50))하는 등 저인지 발달장애인의 입장에 연대하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억압받아온 것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이다. 한국의 발달장애인 운동은 부모단체에서 99% 이상을 주도하고 있었다. 세바다와 estas, 피플퍼스트가 발달장애인 당사자단체의 전부이며, 그나마도 피플퍼스트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산하단체이다.

부모단체 구성원의 대부분은 저인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부모이다. 이들은 자기 주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저인지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빼앗고,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고인지 발달장애인의 주장까지 묵살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부모단체 중 피플퍼스트를 제외한 당사자단체와 연락을 시도한 곳은 아무도 없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논란 2: 신경다양성 운동의 능력주의

신경다양성 활동가들은 사회가 신경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당사자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로 당사자의 뛰어난 잠재력을 예시로 들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대니얼 태멋 등의 유명인들을 신경다양인 당사자로 소개하면서 신경다양인이 다양한 장점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리얼리즘(조미정). (2021, June 29). 공감각 천재 대니얼 태멋과 신경다양성.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sebadaoceans.tistory.com/36](https://sebadaoceans.tistory.com/36)).

이러한 주장은 신경다양성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세바다 블로그 갈무리.
세바다 블로그 갈무리.

그러나 신경다양성을 능력으로 치환하는 논리 구조는 뛰어난 능력을 갖지 못하는 대다수의 신경다양인 당사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다. 신경다양인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양성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면 능력이 없는 당사자는 신경다양인이 아닌 것인가?

제나라 네렌버그의 저서 ‘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Divergent Mind)’는 여성 신경다양인의 감각 처리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부 고학벌 고학력의 여성들이다. 이러한 책은 고학력 여성의 신경다양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다른 신경다양인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경다양인을 비롯한 정신적 장애 당사자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특별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면 이것은 인권 옹호가 아니라 시혜와 특혜가 될 것이다.

기업이 신경다양인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는 능력이 뛰어난 당사자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노동권은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는 것이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논란 3: 신경다양성은 장애인가, 정체성인가?

Full spectrum child care라는 단체는 2020년 9월 칼럼에서, ‘자폐가 정체성이 아닌 장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중증자폐전국협의회(National Council on Severe Autism)의 회장은 ‘자폐가 매우 심각한 신경발달장애’라고 주장한다.

‘신경다양성은 자폐를 거짓으로 묘사하는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톰 클레멘츠 역시 “신경다양성이 사회에 융화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패션’으로 착용된다”면서 “장애를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이상 Full spectrum child care. (2020, September 2). The Neurodiversity Movement and Its Controversy within the Autism Community.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www.fullspectrumchildcare.com/blog/neurodiversitymovement](https://www.fullspectrumchildcare.com/blog/neurodiversitymovement)).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자폐인 부모 유튜버 역시 자폐는 알려진 장점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이를 자폐라는 올가미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다고 말한다(Elsa-log. (2021, March 31). 4년간의 자폐 치료 효과 / 허심탄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Retrieved August 25, 2022,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9pof_EFom0Y&t=447](https://www.youtube.com/watch?v=9pof_EFom0Y&t=447)).

자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불린다. 이것은 자폐의 양상과 그 정도가 각 당사자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신장애 중 하나인 조현병 역시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로 불린다. 즉, 정신적 장애인의 특성은 서로 다르며, 완전히 동일한 집단이 아니다. 집단 전체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 외에도 집단 내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역시 신경다양성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중증의 장애인만 자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고인지 당사자를 칭하는 말 중의 하나였던 아스퍼거 증후군이 ‘일반적인’ 자폐와의 차별점이 없어 폐기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통합된 사실(APA(2017), 신경발달장애, DSM-5 Selections, 서울:학지사. pp. 46-47. “DSM-IV의 진단기준상 자폐성장애, 아스퍼거장애 또는 달리 명시되지 않는 광범위성 발달장애로 진단된 경우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이 내려져야 한다”)을 간과하고 있다. 자폐의 다양성이 이미 과학적, 의학적으로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증’ 당사자의 당사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저인지 당사자 중에서는 자폐를 치료하고 싶은 질병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자폐의 자긍심을 주장하는 당사자를 공격하는 것은 당사자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며, 당사자를 타자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닝은 신경다양성 당사자였다.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닝은 신경다양성 당사자였다.

◆…신경다양성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 다른 소수자와의 연대

그렇다면 신경다양성 운동은 어떤 곳을 향해야 하는가?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수많은 해답 중의 하나로 세바다는 다른 소수자와의 연대를 시작하고 있다. ‘약자생존’은 여성 및 성소수자, 노동자, 청소년 등 다양한 당사자와의 연대를 통해 신경다양성이 다른 정체성과 교차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약 헤는 날’이 있다. 이것은 정신장애인의 약물 복용 행위를 약자 간의 연대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정신적 장애 당사자들은 약물치료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거나, 약물 복용은 숨겨야 할 행동이라는 통념 모두를 거부한다.

정신장애인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약물의 자리를 소수자 정체성과 연대를 상징하는 모형으로 대체함으로써 소수자성의 교차와 연대가 우리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활동을 촉진하기도 하는 ‘약’으로써 작동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약물치료가 정신장애와 신경다양성만의 의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제라는 점을 역설한다.

◆…마치며

신경다양성은 ‘진행 중인’ 운동이다. 완결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마감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재정의되고 재구성되는 운동이다. 신경다양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과 비판을 함께 담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보자. 신경다양성은 여전히 당사자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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