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단체 연맹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연대’ 출범!!…한국 정신건강 패러다임에 '파산 선고'
30개 단체 연맹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연대’ 출범!!…한국 정신건강 패러다임에 '파산 선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0.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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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는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 상 서비스 수혜 가로막는 ‘독소 조항’
정신장애인은 환자 아닌 동등한 인권의 주체이자 복지의 대상
“신체장애인들이 받는 복지 서비스만큼 동등하게 제공해달라는 것”
폐지연대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을 것…연내에 15조 반드시 폐지”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법률 단체, 장애인권단체 등 30개 조직이 연대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철폐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하나의 이슈를 중심으로 정신장애 단체와 가족 단체, 장애 단체 등이 포괄적으로 연대를 맺는 경우는 한국 정신장애인 운동사에서 드문 일이다.

특히 지난 6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해당 조항의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광장에서 진행된 출범 및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시설 이용 및 서비스 수혜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 조항의 즉각적인 폐지를 요구했다.

연대 발언을 한 이승주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보편적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제외됐다”며 “이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탈원화 이후 당사자 주도형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도 필요하다”며 “정신장애인이 환자가 아닌 동등한 인권의 주체이자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출밤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점태 한국조현병회복협회장은 “장애에 대한 서비스가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정신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는 매우 모자란다”며 “정신장애인 재활에서 정부 정책과 예산은 의료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자립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은회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은 15개 장애유형 중 생계급여, 의료급여, 기초생활수급권 비율이 가장 높다”며 “학력 수준이 가장 높지만 가장 가난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복지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대단한 복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받는 복지만큼 정신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제공하라는 것”이라며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진영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원은 “나날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취업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이 가로막혀 삶과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치료·입원치료는 그렇게 잘 하고 있는데 왜 정신장애인의 삶과 정신건강 실태는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라며 “이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패러다임과 정신보건 체계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 연구원은 “의료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정신건강 체계를 개편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는 그 대안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정부가 커뮤니티케어와 탈시설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정부가 최근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에서 정신장애인은 빠져 있다”며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는 3만 명만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염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대해 장애인복지법 역시 전면개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폐지되지 않고 그대로 지속될 거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염 변호사는 “정부는 왜 정신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에서 빼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며 “답변을 못할 거라면 당장 정신장애인이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 로드맵에 포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출범선언문에서 연대 측은 “정신장애인은 복지의 대상이 아닌 병원 입원과 약물치료의 대상으로만 삼는 정책이 유지돼 왔다”며 “이로 인해 7만여 명이 넘는 정신장애인들이 아직도 비인간적인 강제입원과 강제치료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전국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2000명 내외다. 법령은 정신장애인이 정신재활시설에 입소해도 거주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못박고 있어 5년의 기간이 지나면 퇴소를 해야 한다. 퇴소 시 거주 공간이 생기지 않으면 정신병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연대 측은 “퇴소하고 갈 곳이 없으면 다시 정신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이런 탓에 정신장애인은 장애유형 중 가장 높은 기초생활보장수급률, 가장 낮은 취업률을 나타내고 극단적인 소외계층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연대 측은 “이러한 이유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장애인권 단체들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고 정신장애인도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강력해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정부와 국회의 관대한 처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혐오와 배제로 점철된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의 힘을 모아 우리의 의지로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연대는 연내(年內)에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하고 정신장애인 복지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출범선언문 전문(全文)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철폐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연대」 출범선언문

우리는 오늘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철폐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연대’ 출범을 선언한다.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22곳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 차별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이 장애인복지법 15조에 의하여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마저도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며,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를 위해 총력 투쟁을 선포하고자 한다.

정신장애는 정신질환으로 정신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를 말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는 조현병, 분열형 정동장애, 양극성 장애, 반복성 우울장애의 4가지 만성정신질환이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이자 정신질환자이다.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신질환에 대한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완치되기 어려운 정신질환으로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면서 동시에 장애인으로서 다른 장애인처럼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2000년 이후 법정장애의 범주에 정신장애인이 포함되었으나, 정신장애인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제한하는 장애인복지법 15조가 함께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 차별이 시작되었다.

장애인복지법 15조는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 2개의 법에 의해 중복해서 수혜를 받는 것을 막아 다른 장애인과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무에서 이 규정은 애초의 규정취지보다 과도하게 해석·적용되어 정신장애인은 원칙적으로 장애인복지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장애인복지정책에서도 정신장애인은 빠져있었다.

정신장애인은 복지의 대상이 아닌 병원 입원과 약물치료의 대상으로만 삼는 정책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어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누려야 할 복지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7만여명이 넘는 정신장애인들이 아직도 비인간적인 강제입원과 강제치료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복지서비스가 극도로 부족한 탓에 지역사회 나와 갈 곳이 없어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그나마 있는 정신재활시설도 입소기간이 최대 5년으로 제한되어 5년이 지나면 원치 않아도 퇴소를 해야 한다. 퇴소하고 갈 곳이 없으면 다시 정신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런 탓에 정신장애인은 장애유형 중에서 가장 높은 기초생활보장수급률, 가장 낮은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극단적인 소외계층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 장애인권단체들은 장애인복지법 15조의 폐지하고 정신장애인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대상에 포함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우리는 더 이상 정부와 국회의 처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여전히 정신장애인은 사회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단합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체념과 좌절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정부와 국회의 관대한 처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 혐오와 배제로 점철된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의 힘을 모아 우리의 의지로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바꾸려 한다.

하나,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연대는 장애인복지영역에서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나,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연대는 정신장애인 복지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 및 제도개선에 힘쓸 것이다.

하나,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연대는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에 정신장애인이 배제된 것에 분노하며, 탈시설로드맵에 정신장애인이 포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신장애인들의 숙원이던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안이 지난 2021년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발의되었다.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는 정신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동등한 인권의 주체이자 복지의 수급자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연대는 연내에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하고, 정신장애인 복지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2021. 10. 5.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철폐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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