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고 싶다고 했더니…울면 같이 울어주고 기억이 괴로우면 아침까지 저를 안아준대요”
“자해하고 싶다고 했더니…울면 같이 울어주고 기억이 괴로우면 아침까지 저를 안아준대요”
  • 박종언·멘탈헬스코리아
  • 승인 2021.10.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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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청소년 저자들의 짧은 인터뷰
아픔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된다는 메시지를 기억해 줬으면 해
정당하게 정신과 치료 받고 환자 아닌 정신건강 서비스 소비자로 인식돼야
심리적 지배 ‘가스라이팅’ 대처 방법 알아야 폭력에 대항할 수 있어
문제의 원인이 모두 ‘나’에게 있고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충고는 폭력
성인이 되면 괜찮아지는 것들 많아져…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라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멘탈헬스코리아 피어 스페셜리스트 팀, 마음의숲)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멘탈헬스코리아 피어 스페셜리스트 팀, 마음의숲)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이런 문구들이 바다 위를 떠돌듯 언어를 껴안고 떠돌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당신도 어쩌면 홀로 외딴 섬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바다인지 모른다”, 혹은 “증오라는 감정은 잔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을 상처받으며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착한 사람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수정 테이프가 없다면 펜으로 쓱 지우고 옆에 다시 써나가도 괜찮아. 오타 하나 때문에 그동안의 이야기가 담긴 공책을 버릴 수는 없잖아”

읽어가는 내내 통증이 밀려왔다. 우리가 너무나 몰랐던 청소년의 내밀한 고통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하는 자본주의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어른이 되면 다 잊혀진다는 고통의 진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읽혀지지 않는 고통을, 그리하여 이해받고 싶다는 그 상처입은 소망들이 문자로 떠다니고 있었다.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책명이다. 공동저자들 중 현재 10대인 청소년도 있고 그 시기를 건너온 20대, 30대의 이야기도 담겼다.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저 지나갔어야 했을 청소년기에 마주해야 했던 막막한 삶의 상흔들. 그것을 그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직면해 더 나은 날줄과 씨줄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더 나은 미래의 풍경에 몸은 던져보는 것. 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한국사회 기울어진 정신건강 생태계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소비자 운동’을 벌이고 있는 멘탈헬스코리아에 소속된 피어 스페셜리스트(Peer Specialist)들의 이야기다. 피어 스페셜리스트는 ‘아픔의 경험 전문가’라고 번역한다.

이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경험과 상처를 세계에 드러내보이며 세상에 말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책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가 만들어지게 된다.

최근 멘탈헬스코리아 측에서 이 책 저자 중 두 명에 대해 짧은 인터뷰를 했는데 <마인드포스트>에 실어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말했다. 기꺼이.

여기 나오는 인터뷰이들은 강지오(19) 양과 조수현(21) 씨의 이야기다. 다만 이들의 사진은 싣지 않기로 했다. 아직, 아직은 편견의 세계가 조금 추운 날씨기 때문에. 날이 따뜻해지면 그때 사진을 올리자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2018년 9월 교육부 주관 심포지엄에서 피어스페셜리스트 회원이 청소년 대표로 연설하고 있다.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2018년 9월 교육부 주관 심포지엄에서 피어스페셜리스트 회원이 청소년 대표로 연설하고 있다.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는 늘 호기심을 자극하죠.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 혹은 심리와 관련한 서적은 왕왕 보이는데요. 이번 책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는 어떤 점에서 ‘국내 최초’ 서적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지오 “처음에 책을 써 보자는 말을 들었을 때 실현 불가능한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내 아픔을 기술하고 다듬는 일은 매번 힘들었던 기억을 반복해 재생하고 다시 되감는 비디오가 된 것 같았는데요. 우여곡절이 늘 있었고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어요.

성인이나 심리 관련 종사자들이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을 쓴 작가들은 모두 청소년입니다. 자신의 아픔을 숨기거나 보태는 것 없이 진솔하게 써 내려가 세상 빛을 볼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국내 최초’가 됐다고 생각해요.”

조수현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청소년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기 때는 가장 예민한 시기이고 누구보다 남을 신경 쓴다고 하잖아요.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이 ‘나 우울증이 있었고, 이런 아픔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건 어떻게 보면 사회적 자살 행위로 몰리는 행위죠.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어요.

그런데 아픔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청소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오픈하고 직접 용기를 냈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책이 출판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들을 ‘피어 스페셜리스트’라 소개해 주셨어요. ‘피어 스페셜리스트’는 어떤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인가요?

강지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피어 스페셜리스트는 동료지원가, 아픔의 전문가라는 호칭이 따라붙거든요. 말 그대로 아픔을 먼저 겪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을 해요.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정신건강과 관련된 변화를 추구합니다. 학교, 국회, 그 밖의 많은 곳에서 연설을 하거나 축제를 여는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이 책도 우리의 목소리를 담은 스피커가 될 거예요.

그리고 당사자와 소통해 덜 아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요. 저와 비슷한 상황을 직면한 사람에게 아파봤기에 건넬 수 있는 공감이 있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같이 길을 찾고 회복의 동반자가 되는 일을 해요.”

조수현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피어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역할을 두 가지로 뽑는다면 여느 아픔과 다름없이 정당하게 치료를 받는 것. 그리고 정신질환자가 아닌 정신건강 서비스의 소비자로 보도록 하는 시선인데요.

전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서포트 그룹 운영을 통해 음지로 내몰린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어요. 쉬쉬하기에 바빴던 정신건강 문제에 집중하자 부실한 정신건강 서비스들에 대한 문제가 눈에 들어왔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자신에게 맞는 정신과나 상담을 고르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소비자의 시선으로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어요.

청소년들은 연대와 지지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회나 학술 포럼, 유튜브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오픈하고 아픔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어요. 출판되는 우리의 책들이 다른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책 속에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키워드로 ‘폭력’이 눈에 띄는데요. 폭력과 관련해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선명한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강지오 “제 글에서 담고 있는 주된 폭력은 ‘학교폭력’이에요. 9살부터 시작됐고 가장 선명한 기억은 12살 때 있었던 일인데요. 피해자, 가해자 둘 다 어린 나이에 벌어지는 일이기에 어른들 눈에는 사소하고 경미한 일로 보여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모든 폭력의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게 기억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주변 환경의 언어폭력이나 질타로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사회로부터 보호 대상에 속한 미성년자이지만 우리의 아픔은 왜 보호받지 못하는 걸까요.”

조수현 “가족 내 가스라이팅(판단력을 흐리게 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흔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잖아요. 폭력이 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고 그것이 폭력임을 깨달아도 그곳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요.

내가 당하고 있는 것이 폭력이다,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저는 예민한 아이가 되거나 가족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는 사람이 돼 버려요. 온 가족이 저에게 손가락질한다면 버티기가 매우 힘들고 그냥 꾹 참는 방법을 선택해버리거든요.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다. 이건 폭력이 아니다’ 이렇게요.

폭력이 사그라진 지금은 정말 많이 괜찮아졌지만, 누군가 큰 소리를 반복해서 말할 때 가끔 이명처럼 그 소리가 반복해서 들려 불안이 정말 심해지곤 해요. 들었던 폭언 중 비슷한 단어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요.

물리적 폭력도 굉장히 힘들지만 심리적 폭력은 기준이 명확히 내려지지 않아요.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란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 짐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비단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 등등 모든 소중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스라이팅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돼요, 그래서 그 행동을 하지 않게 예방하고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면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제각기 다른 아픔의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책이 출간돼 세상에 널리 알리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나 수록되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있을까요?

강지오 “저는 주변에서 참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책도 쓰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대단해’ 가 보통의 반응인데요.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불쑥불쑥 힘든 감정이 치고 올라와요. 근데도 사람들은 제가 힘든지 모르거든요.

웃고 숨기고 괜찮은 모습만 보여주면서 살아가거든요. 아마 하루하루 모든 사람들이 괜찮은 척, 잘 웃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가면을 쓰고 있을 거예요. 저는 지치기 전에 그 가면으로부터 힐링하는 날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하는 시간들을 많이 보내세요. 그러면 지옥같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과 회복 탄력성이 좋아질 거라 확신해요. 이 세상을 사는 모든 분들 파이팅입니다.”

조수현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우울했다던 사실이 때로는 먼 과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제가 이제는 대학교 입학해서 장학금도 받고 구체적인 미래를 세워가며 잘 살고 싶다는 목표로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에 대한 면역은 아직도 많이 서툴지만 영원히 끊어낼 수 없는 가족이란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어요.

아직 부모님께 가정폭력에 대한 글을 썼다고 밝히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책을 낸 걸 알게 되면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그리고 책을 출판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시간이 더 흐르고 그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족끼리 털어놓을 수 있는 때가 되면 책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2019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2019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수없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픔의 경험 전문가’로서 힘들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강지오 “듣기 싫은 말은 정말 많죠.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저한테 있고 제가 바뀌길 바라는 말들이 듣기 싫어요. 그건 폭력이에요. 다른 사람과 끝없이 비교하고 비정상이라는 말을 들을 때도 비참해요. 그리고 최고의 복수는 성공하는 거래요. 저는 이 말도 저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갉아먹는 것 같아요. 뒤집기하는 아기한테 달리기를 강요할 수 없잖아요.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딱히 없어요. 오히려 말보다 행동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누군가에게 자해하고 싶다고 말 한 적 있는데 자기가 제 손을 잡고 있을 거래요. 칼 못 쥐게 하려고요.

울면 옆에서 같이 울어줄 거고 기억이 저를 괴롭힌다면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올 때까지 저를 안아준대요. 사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답은 없지만 때론 백 마디의 말 보다 행동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조수현 “나를 무조건 약자로 보는 시선이 싫었어요. 예전에는 아주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견뎌내며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기뻐요.”

-코로나 이후 정신과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책 곳곳에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들이 등장해요. 정신과 진료 혹은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기억하고 주의해야 할 점을 조언하신다면요.

강지오 “처음 이용하려면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을 수도 있지만 뭐든지 처음이 생소하고 어렵게 다가오죠. 방문을 시도하는 자체가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자신과 잘 맞는 곳을 찾는 게 큰 숙제예요. 상담과 의료업 모두 정말 많은 분이 종사하고 계세요. 여건이 되면 잘 맞는 선생님을 찾아보길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병원이나 상담소와 가까워지세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친하게, 주기적으로 가야 하는 곳 중 하나는 내 마음을 체크할 수 있는 곳이예요. 멀리하는 것보다 가까워지면서 당당한 소비자가 됐어면 좋겠어요.”

조수현 “우리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당한 소비자다. 멘탈헬스코리아에서 항상 해주는 말이에요. 우리가 아플 때 가는 병원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허리 치료는 어디 병원이 잘하더라, 이 병원은 원장님이 정말 친절하시더라 이렇게 각자 아픈 부위에 맞춰 병원 정보가 잘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해선 다들 쉬쉬하기에 바빠서 정보가 무지한 것이 안타까워요.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니 충분히 찾아보고 골랐으며 해요.

상담 시간이나 상담자의 태도, 약의 부작용은 잘 설명해 주는지에 대한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 보며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겠어요. 예외적으로 상담은 상담자가 주는 숙제를 성실히 해 나가는 것과 솔직히 임했을 때 효과가 크게 다가왔어요.

저 같은 경우엔 상담자에게마저도 잘 보이고 싶어 거짓말을 할 때도 있었거든요. 그러나 일방적인 비난이나 내 상황에 대한 배려와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상담자라면 과감하게 다른 상담자를 찾아보시길 추천드려요.”

2019년 8월, 국회 자살예방종합학술대회에서 피어 스페셜리스트 회원이 연설하고 있다.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2019년 8월, 국회 자살예방종합학술대회에서 피어 스페셜리스트 회원이 연설하고 있다. (c)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이 책의 독자, 미지의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세요.

강지오 “당신의 아픔을 응원합니다. 사연 없는 사람 없듯이 각자 하나의 아픔은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쓰라리게 힘들고 버틸 수 없을 만큼 감정이 몰아쳐도 살아 있고, 살아 내어주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상처가 솔직하듯 당신의 상처도 솔직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당당하게 이용하고 솔직하게 터놓는 상처가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세상을 기대합니다.”

조수현 “이 책을 읽어줄 분들이 어떤 분들일진 아직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우리들의 경험을 쓴 글을 읽어주셔서요. 정신건강 문제로 많이 힘들어했었던 청소년 당사자로서 제 경험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무섭고 실감이 잘 나지 않기도 해요.

저 역시 누구보다 남을 신경 쓰는 사람이거든요. 특히나 제 이야기는 가장 가깝고 평생 떨어질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쓰면서도, 책 출판을 앞둔 지금도 걱정이 많아지곤 해요.

그러나 우리 피어 스페셜리스트들은 직접 글을 써서 공유하고, 글에 대한 피드백과 위로하는 과정을 겪었어요. 저보다도 어린 친구들이 용기를 내고 제게 위로의 글을 써주는 걸 보면서 저도 용기를 낼 수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도 저희가 용기를 냈던 것처럼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또한 저와 비슷하게 힘듦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되니까 정말 괜찮아지는 것들이 많아져요!

청소년 때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없고 바라는 모습이 정해져 있었다면 성인이 되면 책임도 지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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