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서 ‘정신장애 미디어 가이드라인 2.0’ 최초 제정…“정신장애와 인격장애 구분해야”
부산 지역서 ‘정신장애 미디어 가이드라인 2.0’ 최초 제정…“정신장애와 인격장애 구분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9.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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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정신장애인 단체 ‘침묵의소리’ 중심으로 전문가들과 협업
자살권고기준처럼 기자에게 강제력과 윤리성 갖춘 조항들 담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certificadocursosonline.com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certificadocursosonline.com

부산 지역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침묵의소리가 최근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을 제정해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을 묶어서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5개 규정들을 담고 있다.

침묵의소리는 정신장애인과 지역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단체로 현재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이 처음 구성된 것은 지난 2020년이다. 당시 침묵의소리는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미디어 관련 학습·연구 모임을 가진 뒤 올해 1월 ‘편견 해소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총 10개 항목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자협회 부산지부도 참여했다.

박성근 침묵의소리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올해 유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옥진 씨 등 전문가들과 함께 총 12회의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 뒤 이번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최종 완성했다.

박 회장은 “‘자살보도권고기준 3.0’에 따라 (기자들이) 모방 자살이나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 없이 기사가 작성되는 것을 보면서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도 이처럼 활용되기를 바라며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언론과 미디어를 통한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 불안, 혐오와 같은 이미지와 기사를 통해 정신질환이 잠재적 범죄자로 구성되고 이를 통해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캐나다, 아일랜드 등 다수 국가에서는 자신들의 언론보도 준칙에 따라 정신질환 용어는 인격장애 혹은 사이코패스와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연간 정신질환으로 진료받는 인구수는 316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6.1%에 해당한다.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 또한 25.4%로 국민 4명 중 한 명은 정신질환에 노출된다는 분석도 있다.

박 회장은 “정신질환은 우리 자신부터 가족, 친구, 이웃 등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질병이고 미디어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이슈에 영향을 받는다”며 “책임감 있는 뉴스 보도는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묵의소리 정영환 부회장은 “잘 지내고 있는 동료가 뉴스에서 정신장애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 평소 인사를 하고 지내던 이웃의 눈치를 보게 된다”며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한 동료들이 지역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정신질환과 폭력성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보도는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인식과 함께 정신건강 서비스로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며 “사회적 낙인으로 치료 거부율이 높아지면서 다시 편견과 차별을 야기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에 관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자살에 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정신장애에 관한 편견도 해소될 수 있게 이번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아래 가이드라인 첨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guiadasprofissoes.info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guiadasprofissoes.info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

1.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을 묶어서 보도하지 않는다.

2. 정신질환과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팩트체크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3. 정신장애에 관한 정확한 의학적 용어와 사실을 정신건강전문가에게 확인하고 해당 내용에 따라 당사자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4. 보도제목에 정신장애에 대한 공포, 불안, 혐오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않는다.

5. 보도내용에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이미지, 영상, 음향을 사용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원정보제공을 위해 기사하단에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과 긴급 상담 전화번호를 명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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