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우리를 슬프게 하지 말라...“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즉각 시행해야”
더이상 우리를 슬프게 하지 말라...“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즉각 시행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1.07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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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단체들, 의료단체의 개정안 반대 성명에 ‘철회’ 촉구
“정신병동은 트라우마 경험을 유발하는 곳 변질”
“의료계의 개정안 반대는 자본 이윤 창출로만 이해될 뿐”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을 혼란으로 보는 건 자본 논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신정) 등 정신의학 관련 14개 학회가 지난 4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낸 사흘 뒤인 7일 정신장애 운동 단체들이 이들의 성명을 철회하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14개 단체는 성명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시행과 함께 정신의료 관련 단체들의 성명서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정신병원의) 화장실 및 환기 시설, 병상 간 이격 거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며 “(정부는) 당사자를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권리 실현에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입원실 병상수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축소 ▲입원실 면적 기준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확대 ▲병상 간 이격 거리 1.5m 이상 등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조치는 지난해 경북 청도대남병원과 대구 제2미주병원, 서울 다나병원 등 정신병원에 장기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다수가 사망하는 상황에서 나온 후속 대책이다. 감염병 예방과 방역 강화를 위한 최소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규 정신의료기관은 입법예고 시행규칙에 따라 개원 시 규정을 따라야 하고 기존 정신의료기관은 2022년 12월까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대신정 등 정신의학 단체들은 이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병실 급감과 함께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의 준비되지 않은 대규모 탈원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정신장애 운동단체들은 “정신병동의 물리적 열악성은 이미 여러 보도와 동료의 증언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세상에 조금씩 알려진 바 있다”며 “현재의 정신병동은 치료적이지 못하고 스트레스 또는 트라우마 경험을 유발하는 곳으로 변질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대신정 등 의료단체)은 병상 간 이격 거리, 면적 기준 강화가 감염병 예방에 비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며 “입원한 사람들의 기분상 쾌적함을 제공할 뿐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입법예고된 시행규칙과 관련해 적은 수가, 병실 급감, 종사자 인건비 등을 말하며 다시 자본의 논리로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인격체가 아닌 ‘수가의 일부’로 치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주장하는 불안정한 정신응급 의료 시스템 붕괴, 탈원화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사회 혼란, 병실 축소로 인한 의료 인력 실직, 전공의 수련 환경 열악성 등 의료자본의 이윤 창출로만 이해될 뿐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예고 됐을 당시에도 이들이 주장했던 것은 그저 무책임하게 ‘사회 아노미(anomie·가치의 혼란)’를 운운하며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하는 것을 혼란에 비유할 뿐이었다”며 “이로부터 3년이 흐른 뒤, 이들이 우려했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보다는 결국 자본 논리에 따라 행동했던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치료 후에도 열악한 병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정착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긴급 탈원화, 긴급 탈시설화, 지역사회 복지 인프라 구축을 촉구하며 닭장 같은 정신병동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정신장애 당사자를 수가로만 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의료기관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철회하고 입법예고 이후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대신정 등 정신의료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즉각 철회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서비스 전환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를 비롯해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희망바라기, 한국정신장애인협회, 안티카, 멘탈헬스코리아, 멘탈네트워크단, 대안사회와복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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